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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시와 사마귀의 불협화음 단상

정치에선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발걸음

작성일 : 2026.10.29 09:13 수정일 : 2026.10.29 10:43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사마귀에 기생하는 연가시 모습을 이미지로 생성 (챗GPT)

 

사마귀는 풀숲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낚아채는 냉혹한 사냥꾼이다. 강한 앞다리와 날카로운 본능을 지닌 사마귀는 곤충 세계의 포식자다. 그러나 그런 사마귀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대가 있으니 바로 ‘연가시’다.

 

연가시는 숙주의 몸속에서 성장한 뒤 번식 과정에서 숙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생생물이다. 숙주인 곤충을 물로 유도하는 현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먹이사슬의 최강자처럼 보였던 사마귀가 자신의 몸속에 침투한 기생생물 앞에서는 무력해지는 것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서부터 생명력을 갉아 먹히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요즘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바라보노라면 문득 연가시와 사마귀의 불협화음이 떠오른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권력을 맡겼건만, 정작 정치권은 국민의 삶보다 정쟁의 승패에 더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말싸움과 책임 공방이 정치의 중심을 차지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어느 순간 정치인 자신과 자당을 위한 정치로만 변질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 잘못을 저지른 공직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도 마땅하다. 탄핵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문제는 그 제도가 정당한 책임 추궁이 아니라 상대를 압박하는 정치적 수단으로만 비치게 될 때다. 탄핵을 둘러싼 공방이 반복되고 정치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국민은 정치의 엄중함보다 정치의 피로감부터 느끼게 된다.

 

더욱 씁쓸한 것은 ‘내가 하면 정당한 소신이고, 남이 하면 잘못된 행태’라는 식의 내로남불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상대에게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태도, 과거 자신이 했던 말을 잊은 듯 오늘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정치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원칙은 상대를 공격할 때만 꺼내 드는 무기가 아니다. 자신에게 불리할 때도 지켜야 비로소 원칙이 성립된다. 정치란 본디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그런데 오늘날 정치가 타협을 배신으로 여기고 양보를 굴욕으로 취급한다면 대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정치는 전쟁터가 아니며 국회는 상대 진영을 섬멸하는 전장이 아니다. 여야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동안 민생의 어려움은 깊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연가시가 숙주의 생존보다 자신의 번식을 앞세우듯, 정치인도 국민의 안녕보다 정파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그 정치는 본래의 목적을 잃은 것이다. 다만 자연계의 기생은 생존과 번식의 법칙에 따르지만, 인간의 정치는 선택과 책임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정치의 퇴행을 자연의 섭리처럼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쟁의 구경꾼이 아니다. 세금과 투표로 국가의 주인 역할을 하는 당사자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독설이나 무조건적인 승리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다. 상대의 허물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 전에 자신의 허물부터 거울에 비춰야 한다.

 

정치의 후진성은 상대가 얼마나 나쁜가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책임지는가로 드러난다. 사마귀가 연가시의 기생에서 자유롭지 못하듯 정치가 정쟁과 내로남불에 사로잡히면 민주주의의 건강성도 위협받는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국민을 숙주처럼 여기는 정치를 멈춰야 한다. 국민의 삶을 갉아먹는 정치는 오래갈 수 없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상대(당)의 몰락을 자축하는 정치가 아니라 내일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정치다.

 

그것이야말로 후진 정치를 끝내고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전진하는 아름다운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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