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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의 부정 투표용지도 용납할 수 없다. ― 선거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면 재선거는 필수

작성일 : 2026.10.29 14:26 수정일 : 2026.10.30 17:53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단 한 장의 부정 투표용지도 용납할 수 없다.

― 선거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면 재선거는 필수

 

Ⅰ. 선관위의 권위가 선거의 진실을 대신할 수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 한 표를 공정하게 지켜야 할 헌법적 책무를 지닌 기관이다. 그러나 그 권한이 국민의 의문을 차단하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투표용지의 발급·인쇄·관리·보관 과정에서 중대한 의혹이 제기됐다면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혹을 해소할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스스로 선언한다고 공정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선관위의 권위는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며, 그 신뢰는 투명성과 책임으로만 지킬 수 있다.

 

Ⅱ. 한 장의 의혹도 덮을 수 없다.

 

“몇 장뿐이다”,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라는 식의 해명으로 문제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투표용지가 몇 장이냐가 아니라,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으며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것이다.

 

발급·인쇄 기록과 실제 투표용지가 일치하는지, 봉인과 보관 과정에 허점은 없었는지, 같은 문제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물론 외관이 다르거나 관리상 이상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위조나 조직적 부정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객관적인 조사와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을 무조건 불신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의혹을 제기한 국민을 탓하기 전에 의혹을 해소할 책임부터 다하라.

 

Ⅲ. 선관위의 해명보다 독립적인 검증이 먼저다.

 

선거관리의 적법성을 확인해야 할 기관이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선언하고 검증까지 사실상 독점한다면 국민의 의문은 해소되기 어렵다. 관련 투표용지와 발급·이송·보관 기록을 보전하고,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검증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법원과 독립적인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자료가 부족하다면 부족한 이유를 설명하고, 관리상 오류가 확인됐다면 발생 경위와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고의적인 위조·변조나 불법 사용이 입증되면 관련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관위가 국민의 신뢰를 요구할 자격은 의혹을 차단하는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의혹 앞에 당당히 증거를 내놓는 책임에서 나온다.

 

Ⅳ. 오스트리아의 교훈, 선거 결과도 법 앞에서 예외가 아니다.

 

201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는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약 0.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14개 선거구에서 우편투표 개표 절차 위반을 확인했고, 그 위법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결선투표 전체를 무효로 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2월 재투표가 시행됐다.

 

이 사례는 부정선거 의혹만으로 선거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선거관리 절차의 위법성이 확인되고 결과의 정당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 당선 결과조차 다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보여준다. 선거 결과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잘못된 절차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수호가 아니라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일이다. 대한민국 선관위도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Ⅴ. 중대한 하자가 확인된다면 재선거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재선거는 정치적 불만을 달래기 위한 수단도, 특정 정파의 승리를 위한 도구도 아니다.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하자가 확인됐을 때 법적 절차에 따라 검토해야 할 구제 수단이다.

 

부정한 투표용지가 실제로 사용됐는지, 위법행위가 어느 범위까지 발생했는지, 결과에 영향을 미쳤거나 선거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 결과 법률상 무효 사유가 인정된다면 재선거를 포함한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

 

한 장의 이상만으로 선거 전체를 자동으로, 무효로 할 수는 없지만, 선관위가 재선거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권한도 없다. 최종 판단은 증거와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Ⅵ. 선관위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다.

 

선관위는 국민에게 신뢰를 명령할 수 없다. 신뢰는 권한으로 얻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을 다했을 때 국민이 부여하는 평가다.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을 적대시하고, 불충분한 해명으로 사태를 봉합하며, 내부 판단만으로 공정성을 주장한다면 선거관리 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마저 의심받게 된다.

 

선거의 공정성은 어느 정당이나 후보의 이해관계보다 앞서야 한다. 부정행위가 입증되면 책임자를 처벌하고, 관리상 허점이 드러나면 제도를 고치며, 결과의 정당성을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바로잡아야 한다.

 

선관위는 국민에게 믿으라고 명령할 것이 아니라, 믿을 수밖에 없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단 한 장의 부정 투표용지도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은 선거를 흔들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선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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