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7.21 14:13 수정일 : 2025.07.22 06:24
작성자 : 강형기 기자 ([email protected])
아빠가 내리는 거야 / 정상미
흐린 날은 무릎이 먼저 알지
엄마는 곧 나비가 되어 날아가겠지
눈은 점점 쌓여 계단을 먹어 치우고
하이힐을 묻어버렸어
놓아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 잡히는 것이 또 있지
엄마의 머리카락은 검정을 조금씩 지워나갔어
하얗게 된다는 건 마지막으로 가는 것이고
올라간 것은 눈이 되어 내리는 거야
그래서 한 사람이 지워지는 거지
한 사람을 지웠다고 다 사라진 건 아니야
눈사람으로 다시 오잖아
엄마가 있는 남쪽에서 전화가 왔어
선인장 인형과 노는 영상이군 다행이야
인형은 춤도 춰 주고 노래도 불러줘
엄마의 무릎을 달래는 거야
저길 봐 눈이 흩날리네
엄마는 고치 속으로 아주 들어갈 거야
사는 건 날개를 짓는 과정인가 봐
한 사람을 놓아야 하는 연습이 필요해
눈은 아빠가 보내준 편지라고 읽어
따뜻한, 흰.

[정상미 시인 약력]
2013년 대구문학 시 신인상 등단
202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등단
시집 [안개의 공식]
서울문화재단 첫 책 발간 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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