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Home > 오피니언 > 칼럼

인간미(人間味) 사라진 송년(送年)풍경

송구영신(送舊迎新) 근하신년(謹賀新年)

작성일 : 2025.12.17 08:30 수정일 : 2025.12.17 22:55

작성자 : 계석일 기자 ([email protected])

인간미가 사라진 송년의 풍경
​송구영신(送舊迎新) 근하신년(謹賀新年)
 
 
송년의 계절, 세상 풍경은 풍요로워졌지만 인간미는 오히려 옅어졌다. 인간미 없는 세상을 과연 동방예의 복지국가라 부를 수 있을까.
 
​
지나가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새 마음으로 다짐하는 때가 바로 연말이다. 1980년대의 송년회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회식을 마치면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아쉬움을 달랬고, 학연·지연·직장 선후배 관계는 사회생활의 든든한 디딤돌이었다. 참석률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송년 모임은 점차 사라졌고, 직장 단위에서 소그룹이나 가족 중심으로 바뀌었다.
 
​
송구영신과 늘 함께 떠오르는 말이 근하신년이다. 연말이면 벽에 붙이던 한 장짜리 달력, 열두 달을 한눈에 보던 근하신년 달력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명화나 모델이 실린 달력, 석 달을 동시에 보여주는 달력을 지나, 오늘날에는 인터넷 일정 관리에 익숙한 탁상 달력이 대세다. 그중에서도 ‘돈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은행 달력을 선호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
“지나가는 해는 잡지 말고, 다가오는 해는 막지 말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송년의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다면 한 해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가장 감사했던 하루가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는 일은 어떨까.
 
​
예전에는 성탄카드와 송년카드로 안부를 묻고 관계의 온기를 나누었다. 이제 그 풍경은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길거리에 울려 퍼지던 캐럴 소리는 저작권 문제로 사라지고, 도심에는 직장인들의 적막한 발걸음만 남았다.
 
​
아파트 문화가 일상이 된 오늘, 층간소음은 다툼을 넘어 비극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웃과 마주치기 싫어 문소리 없는 시간에 외출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고립을 보여준다.
 
​
인간은 사회적·관계적 동물이다. 사람을 떠나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연말연시를 맞아 위층과 아래층에 작은 선물 하나 건네보면 어떨까. 성탄카드에 짧은 감사의 글을 적어 보내는 일은 또 어떨까. 그것마저 어렵다면, 길거리 자선냄비에 작은 정성을 보태는 시간도 충분하다.
 
​
송년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작은 인간미다.
칼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