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런 사람 또 있습니다
작성일 : 2026.10.17 20:31 수정일 : 2026.10.19 01:5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천 번이고 다시 태어난대도
그런 사람 또 없을테죠
슬픈 내 삶을 따뜻하게 해 줄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 그대를 위해서
나의 심장쯤이야
얼마든 아파도 좋은데
사랑이란 그 말은 못 해도
먼 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 걸 줄 수 있어서
사랑 할 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후략)
가수 이승철의 히트곡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의 노랫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노래다. 그런데 오늘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가 있다면, ‘이런 사람 또 있습니다’도 있지 않을까?
오늘은 고향 천안에서 절친한 친구의 딸이 결혼하는 날이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결혼식장에 참석해 축의금을 건넸다. 그리고 자리에 앉기 전에 카메라부터 꺼냈다.
신랑과 신부의 행복한 표정은 물론이고 양가 가족들의 모습, 하객들의 정겨운 풍경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결혼식장에서 사진을 찍는 일이야 흔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조금 달랐다.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생각은 이미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었다.
‘이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주면 좋아하겠지?’
▲ 참고로 결혼식장 예식 사진은 통상 2~3개월 후에나 받아볼 수 있다.
결혼식이 끝난 뒤 대전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촬영한 사진을 데스크톱 PC로 옮겼다. 수많은 사진 가운데 흔들렸거나 구도가 좋지 않은 사진은 제외하고, 신랑 신부의 표정과 가족들의 모습이 잘 살아 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골랐다.
그리고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와~ 오늘 사진 잘 나왔네. 고맙다!” 친구의 반응은 짧았지만 내 마음은 오히려 뿌듯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사진을 찍고, 옮기고, 골라서 보내준 것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것 역시 일종의 봉사가 아닐까 싶었다.
나는 오랫동안 수많은 봉사자들을 취재해왔다. 이름 없이 남을 돕는 사람들,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만나 글과 사진으로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봉사는 반드시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는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나누고, 누군가는 연탄을 나르며, 또 누군가는 재능을 기부한다. 그렇다면 사진을 찍어주고,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친구에게 전달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작은 재능 나눔이 아닐까.
더구나 요즘처럼 사진 한 장이 소중한 기록이 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결혼식은 하루지만 사진은 오랫동안 남는다. 신랑 신부에게 오늘의 사진은 훗날 다시 꺼내 볼 추억이 된다.
부모에게는 딸의 결혼을 축하했던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고, 친구에게는 사랑하는 딸을 시집보내던 날의 귀중한 앨범이 된다. 여기에 나는 그저 카메라를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작은 수고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간직할 추억을 선물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나는 축의금만 낸 것이 아니었다. 사진이라는 재능도 함께 내놓았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축하 선물을 건넨 셈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아니, 세상에는 분명 “이런 사람 또 있습니다.”
나처럼 사진을 찍어주고도 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봉사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이다. 누군가의 기쁜 날에 함께 웃어주고,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해주는 것. 어쩌면 그것도 참 따뜻한 봉사다.
오늘 내가 찍은 사진들이 친구 가족에게 작은 행복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나는 계속 카메라를 들겠다.
사람을 찍고, 사람을 기록하고, 사람에게 작은 기쁨을 건네는 일.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봉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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