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7.27 06:22 수정일 : 2025.07.27 07:17
작성자 : 김상호
또순이와 꺼벙이
-산채비빔밥과 고양이 앞에 쥐

나, 또순이 남편 꺼벙이다.

나이 먹는다는 게 뭐 별거 있나 싶다가도, 요즘 문득 문득 무서운게 생긴다.
하늘 무섭고, 병 무섭고, 은행잔고도 무섭지만
제일 무서운 건, 바로 내 아내 또순이다.
며칠 전, 또순이가 뜬금없이 화상통화를 걸어왔다.
난 손에 땀을 쥐며 받았다.
왜냐면,술자리 였기 때문이다.
"여보, 화상은 덥고 불편해서 싫어."
그땐 이해하더니, 이번엔 달랐다.
“왜 화상 안 받아?”
“더워서…”
“더운 건 핑계지! 누굴 피하나?”
한 마디 한 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그날 집에 들어갔더니, 온갖 야단이 내 차지였다.
누구와 술을 마셨나느니,거기기 어디냐?등...
이름만 ‘화상’이지, 내 멘탈이 ‘화상’을 입었다.
며칠 뒤, 또순이가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산채 비빔밥이나 해 먹을까…”
그 말에 나는 본능적으로 도망을 택했다.
바로 등산복 챙겨 입고 산으로 튀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연 속으로 피신한 것이다.
도망은 성공했는데, 문제는 허기다.
배가 고프다.
앉은 바위에 지친 몸을 기댄 채, 나는 생각했다.
‘세계 최강 특수부대 출신인 내가, 이렇게 배고파서 쓰러지나…’
그리고 그 생각 끝에 문득 든 생각은
‘또순이 말 들을걸’ 이었다.
세상 무서운 게 많지만,
요즘은 또순이의 눈빛이 제일 무섭다.
예전엔 세상 무서운 게 없었는데,
이젠 또순이 얼굴색 하나에 하루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그녀 앞에선 꺼벙이도
세계최고 특수부대 출신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고양이 앞에 쥐꼴이다.
그래도 뭐, 또순이 없으면 난 빈 깡통이다.
잔소리도, 밥 한 끼도, 무심한 배려도
모두 나를 살아가게 하는 연료니까.
산채비빔밥은… 다음엔 꼭 같이 먹자! 여보.
그리고 화상통화도 잘 받아볼게.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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