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와 사실 왜곡 변주의 침범
작성일 : 2026.10.02 04:22 수정일 : 2026.10.02 09:01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여론이 심각 국면이다.
아무리 팩션(faction, 사실(fact)과 픽션(fiction)이 합해진 말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낸 것)이라곤 하지만 정도를 넘었다는 느낌에 정치권마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갑론을박 중이다.
작금의 이런 상황을 보면서 돈벌이와 사실 왜곡 변주(變奏)와 함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돈을 벌려고 만든 영화라곤 하더라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단지 흥행 수입에 혈안이 되어 이를 왜곡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비난의 여지가 다분하다.
영화는 대중예술로서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상품이다. 제작진과 투자자 입장에서 흥행은 곧 생존과 직결되기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려는 유혹은 늘 도사린다.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대통령 영부인 저격 사건’이라는 굵직한 역사적 비극을 다룬 이번 영화 역시 이러한 상업적 지향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변주'가 예술적 상상력의 허용 범위를 넘어설 때 발생한다.
역사적 사건은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기억과 아픔, 그리고 진실이 얽혀 있는 공공의 영역이다. 이를 상업적 이익을 위해 자극적으로 비틀거나 입맛대로 재단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기만이요, 폭력에 가깝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린다. 대중은 자극적인 내러티브(narrative, 정해진 시공간 내에서 인과 관계로 이어지는 허구 또는 실제 사건들의 연속)와 영상 미학에 쉽게 매몰되기 쉽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강력한 시각적·감정적 흡입력 때문에, 관객들은 극적 장치를 위해 왜곡된 허구를 객관적 사실로 오인하거나 역사적 평가를 왜곡된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될 위험이 크다.
특히 현대사처럼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사건을 다룰 때는 더욱 그렇다.
제작진이 흥행이라는 명목 아래 의도적으로 진실을 가공하고 대중의 감정을 자극한다면, 이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공동체의 역사적 인식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예술의 자유와 창작의 자율성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유가 지극히 상업적인 동기에서 출발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방패막이로 쓰여서는 안 된다.
영화 '암살자(들)'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에게 자본의 논리가 어디까지 역사적 사실을 침범해도 되는지 묻고 있다.
돈벌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사실 왜곡이라는 변주가 파고들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창조적 성취가 아니라 역사 왜곡의 씁쓸한 함정뿐이다. 대중과 창작자 모두가 이 함정을 경계하고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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