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03-06 16:42 수정일 : 2024-03-06 16:51 작성자 : 김응범 기자 (amen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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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갑선 칼럼니스트 |
세 차례나 힘든 암 투병을 겪으면서도 강인한 신념으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2009년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 장영희 교수 그녀의 고난은 너무 일찍 찾아왔습니다.
생후 1년 만에 찾아온 소아마비로 인해 평생 목발에 의지하고 살아야만 했으니까요.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처우가 좋지 않았던 시절이라 국내 일부 대학들은 장애인에게 입학시험의 기회조차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부친인 고 장왕록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가 서강대를 찾아가 딸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사정하자 당시 영문학과 학과장이던 부루닉 신부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시험을 머리로 보는 것이지 다리로 보나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시험 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렇게 해서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친 그녀는 국내 대학들이 박사과정 입학 허가를 여전히 꺼리자 미국으로 건너가 1985년 뉴욕주립대학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그해 귀국한 그녀는 2009년 5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4년간 모교인 서강대학교의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다음 내용은 그녀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집필한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실린 내용입니다. 때 묻지 않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삶의 목표와 가치관을 누구나 한번 쯤 점검하는 타이밍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의 차원을 넘지 않더라구요.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더라고요.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으며,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인 줄을 알겠더라고요.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더라고요.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평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내가 살아보니까 남의 마음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더라고요. 우리 나이면 꽤 많이 살아본 거지요? 이제 우리 나이면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허망한 것인지 구분할 줄 아는 나이더라고요.
이 외에도 이 책에 담긴 촌철살인(寸鐵殺人) 적인 어록을 몇 줄 소개합니다.
몸만 안으면 포옹이지만 마음까지 안으면 포용이다. 운명이란 말을 쓰지 마라, 그 순간 당신 삶의 주인은 운명이 된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행복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하는 것이다. 젊음을 이기는 화장품도 없고 세월을 이기는 약도 없다.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당신뿐이다. 당신 마음의 비밀번호는 오직 당신만이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