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9.26 00:33 수정일 : 2025.09.25 21:57
작성자 : 김상호

또순이와 꺼벙이 ― 여행길의 동반자
여행은 늘 설렘과 다툼을 함께 싣고 출발한다.
길을 나서기 전부터 또순이는 짐을 몇 번이고 확인한다.
“당신, 또 양말 빠뜨렸지? 치약은 챙겼어?”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내 가방엔 반쯤 접힌 옷가지와 허겁지겁 챙긴 물건들이 뒤엉켜 있다.
차에 오르면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예쁜 목소리의 내비게이션 년이 알려주는 길보다
자신의 ‘감’이 더 정확하다 믿는 또순이와,
‘기계가 더 낫다’ 우기는 꺼벙이의 말싸움이 이어진다.
잠시 후, 예상대로 길을 잘못 들면
또순이의 눈총은 매서운 번개가 되고
나는 졸지에 폭풍우 속에 선 항해자가 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도착한 여행지에서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의 얼굴에는 똑같은 웃음이 번진다.
산이 주는 푸르름 앞에서, 바다가 내뿜는 청량한 바람 앞에서
우리는 금세 싸움을 잊고 서로의 손을 잡는다.
여행이란 어쩌면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동반자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소한 다툼은 양념이 되고,
길 위의 웃음은 오래가는 음악이 된다.
또순이와 꺼벙이,
우리는 여전히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같은 길 위를 걷고 있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늘,
서로의 웃음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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