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6.05 15:07 수정일 : 2026.06.05 19:20
작성자 : 김상호

늑대와 야수
노노족김상호
숲은 오래전부터
양의 울음보다
늑대의 연설을 더 믿었다
은빛 달빛 아래
하얀 깃발 하나 세워지고
숲의 짐승들은
그것을 평화라 불렀다
그러나
늑대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양의 목에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자유라는 이름의 굴레를 씌웠다
박수는 세 번 울렸다.
짝!
쿵!
짝!
메아리는 산을 넘었고
숲의 규칙은 새로 쓰였다
부엉이는 눈을 감았고
까마귀는 고개를 끄덕였으며
들판의 풀들은 바람인 줄 알고
몸을 눕혔다
그날 밤
달은 붉게 물들었고
샘물은 제 그림자를 삼켰다
늑대들은 잔치를 벌이며
가문의 번영을 노래했으나
새벽이 오자
숲에는 또 다른 늑대 새끼들이 태어나
아버지의 울음소리를 배웠다
병든 씨앗은
병든 숲을 만들고
썩은 뿌리는
다음 계절의 나무까지 물들인다
그래서 숲은 안다
가장 무서운 야수는
송곳니가 아니라
옳은 얼굴을 하고
박수 속을 걸어 나오는 존재라는 것을
[작가 메모]
이 시에서 늑대는 힘을 가진 권력, 양은 침묵을 강요받는 민의, 세 번의 박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장한 다수의 힘을 상징했다. 겉으로는 평화와 질서를 말하지만, 본질은 숲 전체를 병들게 하는 권력의 오만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연의 "옳은 얼굴을 하고 박수 속을 걸어 나오는 존재"는 민주주의의 외형을 두르고도 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하는 권력에 대한 경계의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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