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멈추지 않고 쓰고 또 쓸 것
작성일 : 2026.06.09 14:13 수정일 : 2026.06.09 15:4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잠시 전, 묵직한 택배 상자에서 갓 인쇄된 신간 『내 인생 최고의 일탈』을 꺼내 들었다.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종이 냄새와 손끝에 닿는 매끄러운 표지의 감촉이 이내 가슴을 뛰게 한다.
이번에도 나를 포함한 66인의 작가가 저마다의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탈의 순간들을 모아 하나의 단단한 세계를 엮어냈다. 책방 한편에 나란히 꽂힌 전작들을 바라본다.
열정, 용기, 선물, 약속, 동행…… 그동안 부지런히 걸어온 길들이 ‘내 인생 최고의 00’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저마다의 빛깔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든다.
‘그렇다면 내 인생 최고의 환희는 과연 언제쯤 찾아올까?’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길은 늘 외롭고 고단하다. 세상은 화려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조명만을 기억하지만, 그 뒤편에는 매일 밤 하얀 모니터 앞에서 글자 한 자와 사투를 벌이는 ‘배고픈 작가’들의 설움이 존재한다.
정성껏 써 내려간 글들이 생각만큼 채워지지 않는 지갑으로 돌아올 때, 혹은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마음속에는 서늘한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축복임을 알면서도, 현실의 무게는 가끔 펜을 쥔 손을 무겁게 짓누르곤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설움과 갈증이 있었기에 나는 또다시 연필을 깎고 노트북을 연다. 열정이 있었기에 첫발을 내디뎠고, 용기가 있었기에 주저앉지 않았으며, 글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동행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다.
오늘 내 손에 쥐어진 ‘일탈’ 역시, 팍팍한 일상 속에서 글쓰기라는 가장 아름다운 반항을 꿈꾼 우리들의 흔적이 아닌가.
내가 꿈꾸는 ‘내 인생 최고의 환희’는 어쩌면 대단한 부와 명예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 글을 읽은 이름 모를 독자가 가만히 눈물을 훔치며 위로를 받았다고 나직하게 고백해 오는 순간일 것이며, 마침내 내 영혼이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집필의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일 것이다.
그 찬란한 환희의 날이 오면, 지금 나를 가두고 있는 배고픈 작가의 설움도 아침 햇살에 부서지는 안개처럼 흔적 없이 가실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안개를 묵묵히 헤치고 걷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훗날 맞이할 환희를 가장 눈부시게 만들어줄 최고의 거름일지도 모른다.
다음 시리즈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가만히 다짐해 본다. 환희의 순간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고 쓰고 또 쓸 것이다. 내 인생 최고의 환희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써 내려간 마지막 문장 끝에서 반드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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