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좋더라”

작성일 : 2026.08.30 08:34 수정일 : 2026.08.30 09:02

작성자 : 이갑선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어르신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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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선 칼럼니스트

 

“어르신” 듣기 편하고 좋은 호칭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가운데 80~90%가 ‘어르신’으로 불리길 바란다고 한다. '어르신'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또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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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왜 이런 호칭을 원하는 것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노인은 삶의 지혜를 지닌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노인은 지혜와 존경의 대상이라기보다 무기력하거나 사회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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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80대 이상 세대는 전쟁과 가난의 시절을 딛고 일어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온 세대이기도 하다. 나라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짧은 기간에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어르신’으로 불리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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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난 줄 알고, 내가 모르는 줄 알면 철이 든 것'이라고 한다.

나를 돌아보면 ‘어르신’이라는 호칭이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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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 연륜에서 나온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라도 주었을까. 나이 든 사람이 존경을 받으려면 곰삭은 홍어처럼, 잘 절인 간고등어처럼, 혹은 좋은 포도주처럼 세월과 함께 익어가야 한다고 한다. 나는 아직 시고 떫은, 덜 익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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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류작가의 글에서 ‘어르신과 노인의 차이’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노인은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춰 판단하며 잘난 체하거나 지배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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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어르신’은 상대를 이해하고 아량을 베풀며 좋은 덕담을 건네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내용이었다. 노년은 인생의 마지막 과정이다. 잃어버린 젊음을 한탄하기보다는 지금껏 쌓아온 경험의 가치를 살릴 때 삶은 더 즐겁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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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에만 누릴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감당해야 할 고통도 있다. 깊어진 주름을 걱정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자신의 매력과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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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많은데 어른은 드물다는’ 말이 나오는 시대다. 세월을 견디며 얻은 주름과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삶의 무게를 품고 살아가는 황혼이 되고 싶다. 이제는 즐기면서 삶을 정리하고 마무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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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도 때로는 모르는 척하고, 보았어도 못 본 체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며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너무 오래 살았다’ ‘이 나이에 무엇을 하겠느냐는’ 식으로 자신을 비하하거나 죽음을 쉽게 입에 올리는 일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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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자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노년에는 세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몸과 마음이 스스로 노인이 되어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가꾸고 남을 배려하며 ‘어르신’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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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주어지지만 노년은 만들어진다고 했다. 내면과 외면을 돌보며 더 나은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고, 은빛 머리의 무게를 보여주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내가 몇 살이든 괘념치 않고 지금이 내 삶의 절정이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이 참여하고 베풀며, 편견을 내려놓고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