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희망
작성일 : 2026.09.24 15:37 수정일 : 2026.09.24 21:3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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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내가 펴낸 단독 및 공저 책들 |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작가’라는 이름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여러 권의 책을 펴내고, 그 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면 내용뿐 아니라 저자의 집필 과정과 출판 배경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9월 23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데스크에서」라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 허윤희 기자가 쓴 이 글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사과를 다루면서, 그의 저서에 얽힌 오류와 수정 과정을 언급했다.
유홍준 관장은 미술사학자이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 다작을 펴낸 작가다. 어려운 문화유산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능력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기자의 글에 따르면, 2002년 출간된 『완당평전』은 추사 전문 연구자로부터 200군데가 넘는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유 관장은 언론에 “지적을 받아들여 5쇄를 찍는 동안 90군데를 고쳤다”고 밝혔다.
오류를 인정하고 다음 인쇄 과정에서 바로 잡았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나는 새삼 작가의 세계를 생각했다.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내용을 구성하고, 문장을 다듬고, 교정과 교열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인 이상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바로잡느냐가 아닐까.
물론 책의 오류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특히 역사나 인문학처럼 독자들이 사실을 신뢰하고 읽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작가의 명망이 높을수록 책임도 커진다. 다만 오류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 작가의 모든 성취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태도 역시 작가에게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유홍준 관장이 개인적으로 부러워졌다. 물론 그의 학문적 성취와 명성은 나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수많은 독자에게 읽히는 책을 꾸준히 펴냈다는 사실이다.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고, 그 책이 다시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과정은 작가에게 더없는 보람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사진 속 책들은 그동안 내가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들이다. 『경비원 홍키호테』를 비롯해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장편소설 평행선』 등 제목마다 나의 경험과 생각이 담겨 있다.
초졸 학력으로 살아온 내가 책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놀라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책은 단순한 출판물이 아니다. 지나온 삶을 기록하고, 독자와 생각을 나누는 소중한 매개체(였)다.
그렇기에 나의 희망은 여전히 책을 쓰는 것이다. 아울러 언젠가는 유홍준 관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많은 독자가 찾는 책을 펴내고 싶다. 그것은 단순히 판매 부수를 늘리겠다는 욕심이 아니다.
내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배움이 되고, 새로운 도전의 용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책을 예전만큼 읽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스마트폰과 영상 매체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독서 환경도 달라졌다. 출판계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접한다.
이런 까닭에 유명 작가들은 요즘 책을 안 낸다고 한다. 자신의 명망(名望)에 맞지 않게 책이 안 팔리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물론 모든 작가의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책을 펴내는 일이 예전보다 쉽지 않아진 현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나 역시 무명 작가에 가깝기에 이러한 현실을 남의 일처럼 여길 수 없다.
책을 내는 데에는 원고 작성 외에도 출판 비용, 교정과 교열, 홍보와 유통 등 여러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어렵게 책을 펴내도 독자를 만나지 못하면 작가의 마음은 허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책은 많이 팔릴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글을 읽고 삶의 작은 힘을 얻는다면, 그 책은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다만 작가의 희망을 말하자면, 언젠가는 더 많은 독자가 내 책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이 주는 영광도 경험해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읽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정성껏 써야 한다.
무엇보다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고, 오류를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책을 펴내는 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독자의 손에 들어간 순간부터 책은 작가의 품을 떠나 세상과 만난다. 그 만남이 오래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책임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책을 바라본다. 그 안에 담긴 지난날의 흔적을 보며, 아직 쓰지 못한 다음 책을 생각한다. 나의 희망은 거창하지 않다. 좋은 글을 쓰고, 정직하게 책을 만들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독자와 만나는 것. 그 소박한 꿈을 품고 나는 다시 원고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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