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과 DNA(신의 지문 1)

작성일 : 2026.09.02 15:31 수정일 : 2026.09.02 20:26

작성자 : 김대성 ([email protected])

김대성 교육부 기자 / 교수

 

생명이란 무엇이며, 생명의 필수요소는 무엇인가? 생명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단세포 미생물이라도 단백질과 DNA(디옥시리보핵산)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생명이 없는 무생물 물질에는 단백질과 DNA가 없다. 그러면 단백질과 DNA는 도대체 어떤 물질이며,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단백질은 생명체에게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물질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육, 머리카락, 손톱, 발톱은 물론, 몸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반응을 매개하는 효소 역시 단백질이다. 예를 들어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은 온몸 구석구석 산소를 운반하여 생명활동을 유지시키는 핵심 단백질이다. 즉, 단백질 없이는 어떠한 생명현상도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정교한 단백질의 기본 구성 물질은 무엇일까?

1. 단백질: 수십~수백 개 아미노산들의 정교한 사슬

복잡해 보이는 단백질도 펼쳐서 들여다보면 '아미노산'이라는 분자들이 길게 결합한 중합체 사슬이다. 아미노산은 중심 탄소를 축으로 아미노기, 카복실기, 수소 원자, 그리고 고유한 곁사슬(R기)이 결합된 구조를 띤다. 자연계에는 생명체를 만드는 20가지 표준 아미노산(글리신, 알라닌, 발린, 류신, 이소류신, 프롤린, 페닐알라닌, 티로신, 트립토판, 세린, 트레오닌, 시스테인, 메티오닌, 아스파라긴, 글루타민, 라이신, 아르기닌, 히스티딘, 아스파르트산, 글루탐산)이 존재한다.

이 아미노산들이 수십에서 수천 개 결합하여 하나의 단백질을 이룰 때, 핵심은 아미노산이 무작위가 아닌 엄격하게 정해진 순서대로 배열된다는 사실이다. 26개의 영어 알파벳 카드를 허공에 무작위로 던져서는 "Welcome to Korea"라는 유의미한 문장이 결코 만들어질 수 없듯이, 각각의 단백질 역시 아미노산의 서열이 정밀하게 계획되어 배열되어야만 고유한 입체 구조와 기능을 발휘한다. 머리카락을 이루는 케라틴은 케라틴의 순서대로, 헤모글로빈은 헤모글로빈의 순서대로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포는 어떻게 그 정확한 순서를 알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일까? 20세기 중반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이 미스터리는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구조를 규명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2. DNA: 생명의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분자

왓슨과 크릭은 DNA가 '이중 나선(Double Helix)'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혔다. DNA는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라는 기본 단위가 결합된 고분자 물질이며, 하나의 뉴클레오타이드는 다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 당(Deoxyribose): 탄소 5개로 이루어진 5탄당으로 뉴클레오타이드의 중심을 이룬다.

  • 인산(Phosphate): 당 분자들을 튼튼하게 연결해 DNA의 바깥쪽 골격(당-인산 뼈대)을 형성한다.

  • 염기(Base): 실제 유전암호를 저장하는 핵심 요소로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 4종류가 있다.

이 염기들은 항상 A는 T와, G는 C와만 상보적으로 결합(수소 결합)하여 이중 나선 내부를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이후 연구를 통해 나선을 따라 배열된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서열이 곧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속된 3개의 염기 조합(트리플렛 코드, mRNA에서는 코돈)이 정확히 1개의 아미노산을 지정한다. 예를 들어 페닐알라닌은 TTT 또는 TTC, 이소류신은 ATT, ATC, ATA에 대응한다. 마찬가지로 DNA 상에서 GCC가 나타나면 알라닌, GTT가 나타나면 발린 아미노산이 지정된다.

가장 단순한 단세포 박테리아 한 마리가 지닌 유전 정보만 책으로 인쇄해도 수백 페이지에 달하며, 약 32억 개의 염기쌍을 가진 인간의 게놈 정보는 수십만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백과사전 분량이다. 생물학계는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생명체가 단순한 물질과 에너지를 넘어, 고도로 정제된 '정보(Information)'에 의해 구동되는 시스템임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현대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의 토대가 되었다.

3. 생명의 언어와 컴퓨터 코드

그런데 DNA에 기록된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서열의 암호 코드를 보면 다음과 같이 컴퓨터 프로그램과 너무도 유사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 GCGCGAGCGAAGTCTGGGACGCGCCGCCGCCATGATTCCCTGTACGCTGCGCCGCCATGATTCCCTGTACGCTGCTTCACTTGTGGCAAGATCGTCGGCAACAAGTGGGA

    => Ala-Arg-Ala-Lys (단백질 FLT3)

위 단백질의 염기서열 배열은 겉보기에 무작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미노산의 정확한 순서를 배열한 것이다.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2진수 비트를 ASCII 코드 규약(W: 01010111, e: 01100101, l: 01101100, c: 01100011, o: 01101111, m: 01101101, e: 01100101... 등)으로 조합하여 "Welcome to South Korea"라는 텍스트를 출력하면

  • 01010111011001010110110001100011011011110110110101100101001000000111010001101111001000000101001101101111011101010111010001101000001000000100101101101111011100100110010101100001

    => Welcome to South Korea... (문장)

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에 나타난 이진수 역시 무작위 배열처럼 보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정확한 규칙에 의해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포는 4가지 염기(A, T, G, C)의 3문자 조합 코드를 번역하여 완벽하게 기능하는 단백질을 합성해 내는데, 화학적 기호를 사용했느냐 전자 신호를 사용했느냐의 차이일 뿐 규약(Protocol)에 기반해 정해진 정보 체계가 물리적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본질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DNA가 완벽히 동일하다.

즉, 사람이 정교하게 프로그래밍한 코드처럼, 생명체의 유전암호 역시 우연의 산물로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정밀한 규약과 설계를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DNA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어떤 소프트웨어보다도 훨씬, 훨씬 앞선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다"고 단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 김대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