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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영 논설위원 /공학박사,사회복지학박사,시인,수필,평론가 |
된 사람과 든 사람
사람은 누구나 배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많이 배웠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참된 사람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지식은 머리에 쌓을 수 있지만, 인격은 삶 속에서 길러진다.
결국 인의예지신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만이 진정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학력이나 지위보다 먼저 인격을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된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든 사람이다. 된 사람은 인격과 품성을 갖춘 사람이며, 든 사람은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이다.
가장 이상적인 사람은 지식과 인격을 함께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많이 배웠지만 인격이 부족한 사람도 있고, 높은 학력은 없어도 깊은 인품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배움은 단순히 아는 것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배우고 익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하였다.
배움은 실천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는다면 참된 배움이라 할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계단을 떠올려 보자. 배움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높이의 계단 위에 서 있다. 자신이 배우고 익힌 만큼의 높이에 서 있을 뿐이다.
그런데 때로는 아래 계단에 있는 사람이 윗계단에 있는 사람의 시야와 경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자신이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이는 지식의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자신의 위치를 성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겸손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많이 알수록 더욱 겸손해야 하고,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욱 귀를 낮추어야 한다. 진정한 배움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만든다.
우리에게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 속에서 껍질을 쪼는 순간, 어미 닭도 밖에서 함께 쪼아 줄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가르치는 사람의 정성과 배우는 사람의 준비가 함께할 때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좋은 조언마저 잔소리나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충고도, 친구의 진심도, 직장 선배의 경험도 자존심과 부딪히면 귀를 닫아 버리기 쉽다.
물론 조언하는 사람 역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도 조언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받아들이는 내공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는 개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인은 국민 위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국민의 비판과 쓴소리는 정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적대의 목소리가 아니라 나라를 걱정하는 충언으로 받아들일 때 정치도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
이는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사회·경제·문화·과학·체육·예술 등 모든 분야의 지도자와 고위 공직자, 그리고 각 분야의 리더들이 높은 철학과 올바른 가치관, 겸손한 자세를 바탕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할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
높은 자리는 권한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더 큰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움의 끝은 지식이 아니라 인격이며, 인격의 완성은 겸손이다. 인의예지신을 품고 배우며, 배우고 익혀 실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든 사람’을 넘어 ‘된 사람’이라 부를 수 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까.
혜솔 정규영 공학박사 · 사회복지학박사 시인 · 수필가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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