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의 마음을 닫는 공연장, 가곡은 왜 외면받는가
문화예술, 팬과 함께 만들어야 산다
가을은 문화예술의 계절이다. 단풍만큼이나 아름다운 선율이 공연장을 물들이고, 성악가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러나 그 감동의 순간은 관객의 기억 속에만 머물 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왜일까?
공연장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안내 방송. “촬영은 일체 금지입니다. 박수로만 응원해 주세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모든 공연장에서 반복되는 이 멘트는 이제 하나의 '관행'이 되어버렸다. 초상권이나 저작권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의 참여 욕구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다. 이제는 개인의 삶과 사회적 연결, 나아가 문화 소비와 공유까지 아우르는 매체다. 핸드폰 하나로 돈을 보내고, 신분을 확인하며, 감동을 기록하고 전파한다. 누군가는 감동을 나누고 싶고, 누군가는 그 콘텐츠를 통해 문화예술을 알게 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발적 홍보, 이것이 지금 시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 공연장은 여전히 벽을 친다. 관객은 문화예술의 소비자이자 전파자이지만, 무대와 객석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멀다. 특히 가곡은 고급 문화라는 이름 아래 더욱 폐쇄적이다. 공연장 안에서는 촬영이 금지되고, 공연 밖에서는 존재감조차 없다. 반면 대중가요 공연은 다르다. 관객의 셀카와 영상이 오히려 공연의 연장이 되고, 또 다른 홍보 수단이 된다.
왜 가곡은 이 흐름을 거부하는가?
가곡은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며 늘 외면당해왔다. 그러나 정작 그 원인 중 하나는 스스로 관객과의 접점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이 영상을 찍고, 그것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에게 “이 공연 정말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생명이 이어진다. 지금은 ‘알리고 보여줘야 살아남는 시대’다.
물론 모든 순간이 허용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공연의 집중과 몰입을 위해 연주 중 촬영을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커튼콜이나 오픈 콘서트, 리허설 공개 등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오히려 그런 열린 장면이야말로 팬을 확보하고, 문화를 확장시키는 열쇠가 된다.
공연자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무대는 혼자 빛나는 공간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예술의 현장이다. 진심을 다해 연주한 무대가 관객의 카메라에 담겨 또 다른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살아 움직이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이제는 팬 서비스를 고민할 때다. 예를 들어, 커튼콜 장면을 SNS에 올린 관객 중 추첨을 통해 다음 공연에 무료 초대하는 이벤트를 열어보자. 문화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께하고, 나누고, 확장하는 것, 그것이 진짜 문화의 힘이다.
가곡이 외면받는 이유는 그 아름다움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를 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관객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바라봐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