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바라보기] 그래도 그때가 좋았습니다.

죽어야 나오는 곳

작성일 : 2025.10.07 00:18 수정일 : 2025.10.07 08:22

작성자 : 계석일 기자 ([email protected])

[대전=더뉴스라인] 계석일 기자 =

 

[죽어야 나오는 곳 ]

엄마, 그래도 그때가 좋았습니다.

 

“엄마, 이제 이렇게 못 일어나시는 건가요?

돌이켜보니 몇 개월 전 휠체어에 앉아 계시던 모습이 감사한 시간이었네요

우리는 늘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다른 어르신들이 부러웠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휠체어에 앉아 미소 짓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지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생활하시다 치매 증세로 요양원에 입원하신 뒤, 어머니의 삶은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눈물도 흘려지만, 그래도 꽃 피던 어느 봄날 휠체어로 모시고 햇살 가득 받으며 함께 웃던 그때가 행복했습니다.

 

요양원에서 “집에 가고 싶다"라는 어머니의 눈빛을 봤을 때 자식 된 마음은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요양원 생활이 인생의 마지막 쉼터가 되어 버렸어도 그래도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있을 그때가 좋았습니다. 스스로 식사하기 어려워 타인의 도움으로 한 숟가락씩 드시던 때가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골절 수술로 기력을 잃고 와상 상태로 누워 계실 때 “그래도 어르신들이 다 함께 드시는 밥을 드실 수 있을 그때가 좋았습니다.

 

요양원 생활 3년, 기력이 있어 그래도 휠체어를 타고 산책했던 그 짧은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명절이 되어 요양원을 찾은 면회객들 사이에서 어르신들이 울먹이며 “집에 가고 싶다"라는 소리가 묻어날 때 자식들 가슴엔 멍울이 생겼습니다. 와상 상태에서 증손자를 만나 눈빛으로 인사 나누던 날, 그날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흐릅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두 눈을 뜨고 살아 계서서 그저 감사했습니다. 함께하고 싶어도 함께할 수 없는 인생의 길, 누구나 걸어야 하는 그 길이기에 그저 마음이 아파집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래도 두 눈으로 어머니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그때가, 정말 좋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