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용실 사모님은 나를 칭찬했을까
작성일 : 2026.08.21 11:58 수정일 : 2026.08.23 07:0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한 달에 한 번, 단골 미용실을 찾는 일은 나만의 작고 소중한 루틴(routine)이다. 어제도 등굣길에 앞서 늘 가던 미용실 문을 열었다.
마침 먼저 온 남자 손님이 머리를 깎고 있었기에 잠시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머리까지 말끔히 감고 나서는 앞 손님의 뒷모습을 본 뒤, 이윽고 내 차례가 왔다. 가위를 든 사모님의 손길이 무르익을 무렵, 사모님이 미소를 띠며 기분 좋은 덕담을 건넸다.
“홍 작가님은 참 센스가 있는 분이세요. 홍 작가님한테서는 항상 기분 좋은 향기가 나거든요.”
뜬금없는 칭찬에 순간 궁금증이 발동하여 “왜요?” 하고 물었다. 답변은 총알보다 빨리 왔다. “홍 작가님한테서는 항상 향기가 나요, 기분 좋은.”
사실 내게는 학교든 미용실이든 타인과 밀접하게 만나는 장소에 가기 전 지키는 나만의 '방문 공식'이 있다.
집에서 정성껏 목욕을 하고 고급 바디 워시로 전신을 깨끗이 씻은 후 샴푸로 머리까지 감고 나서는 것이다. 사모님의 한마디는 그 소소한 수고로움과 배려를 온전히 알아보아 준 따뜻한 인삿말이었다.
미용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다. 그러니 그곳을 채우는 향기 역시 '각양각향(各樣各香)'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몸을 잘 안 씻어서 악취가 진동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누구와 한판 드잡이라도 하고 왔는지 머리가 산발(散髮)이 된 채 들어오는 사람도 있을 터다.
타인의 신체와 마주하고 머리카락을 직접 만지며 오랜 시간 밀착해 일해야 하는 미용사에게, 깨끗한 차림새와 은은한 향기를 품고 찾아오는 손님은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을지 짐작이 갔다.
이 일은 나로 하여금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생활 속에서 지녀야 할 '센스(Sense)'란 무엇인지를 새삼 되짚어 보게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센스란 단순히 눈치가 빠르거나 감각이 뛰어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물과 현상을 깊이 관찰하고 타인의 입장을 헤아려 적절하게 행동하는 '배려의 판단력'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생활의 센스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 첫째는 '공간에 대한 음량의 센스'다. 대중교통이나 카페, 공공장소에서 전화 통화를 할 때 목소리 크기를 조절하는 것, 이어폰 밖으로 음악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은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타인에 대한 배려다. 나의 음성이 누군가에게는 소음이자 침해일 수 있음을 인지하는 감각, 그것이 공공장소에서의 품격이다.
△ 둘째는 '타인의 시간을 아껴주는 시의적절함의 센스'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습관은 기본이며, 비즈니스나 대화에서 핵심을 명확하고 정중하게 전달하는 태도가 포함된다. 상대방의 시간을 내 시간만큼이나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시각이야말로 프로페셔널한 사회인의 핵심 센스라 할 수 있다.
△ 셋째는 '말의 온도와 침묵의 센스'다. 상대방의 외모나 사생활에 대해 불필요한 오지랖을 부리지 않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은 가슴에 묻어두는 지혜다. 타인의 상처나 약점을 건드리지 않는 따뜻한 침묵, 그리고 상대의 노고를 기꺼이 인정해 주는 긍정의 말 한마디는 사람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마법과 같다.
결국 삶의 센스란 거창한 기교나 화려한 언변이 아니다. 나를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기분 좋기를 바라는 마음, 그 '지극한 세심함'이다.
내가 풍긴 은은한 바디 워시 향기가 미용실 사모님의 잠깐을 밝혀주었듯, 우리 각자가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고 섬세한 센스들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더욱 향기롭고 온기 넘치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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