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을 외면하는 노인들, 그리고
작성일 : 2026.09.24 20:26 수정일 : 2026.09.24 21:31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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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로당을 외면하는 노인들 실태를 AI 이미지로 만듦 |
서울시 기준 경로당 회원 수가 2022년 15만 4,743명에서 2024년 12만 8,126명으로 2년 사이 17.2% 감소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노인들의 대표적인 사랑방으로 여겨졌던 경로당이 오히려 노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역시 그 ‘외면하는 노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경로당이 싫어서라기보다 굳이 그곳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부 경로당에서는 기존 회원들의 텃세나 폐쇄적인 분위기가 존재하고, 회비에 비해 음식이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나이 차이에서 오는 눈치와 서열 문화 역시 젊어진 노년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하루 종일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는 전통적인 경로당의 모습도 이제는 시대의 변화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경로당을 떠난 노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그 답을 ‘배움’과 ‘활동’에서 찾고 싶다. 노후는 인생의 종착역이 아니라 제2막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배움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평생교육원이나 도서관,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배우고, 외국어나 글쓰기를 익히며,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아가 자신이 가진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도 의미가 크다.
봉사활동이나 시민기자, 지역사회 활동, 동아리와 취미 모임 등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몸이 허락한다면 걷기와 체조, 등산 같은 규칙적인 운동도 노후의 활력을 높이는 훌륭한 방법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수동적인 노인’에서 ‘능동적인 노인’으로 바뀌는 일이다. 누군가가 마련해 놓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갈 곳을 만들고, 만날 사람을 만들고,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
경로당이 나쁜 공간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모든 노인에게 하나의 공간과 방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노인복지도 ‘모아 놓고 돌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과 능력, 건강과 경험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노년의 가장 큰 재산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TV 앞에서 흘려보낼 것인지, 아니면 배우고 움직이고 기록하며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갈 것인지는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경로당을 나오면 갈 곳이 없는 노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로당을 나오면서 오히려 갈 곳이 더 많아지는 노후, 그것이 내가 꿈꾸는 진짜 행복한 노년이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쉬는 법’만이 아니다. 끝까지 살아 움직이는 법, 배우는 법,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는 법이다. 노후의 발전은 시설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늘 무엇을 하느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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