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길 잘했다!

사람은 배우고 봐야

작성일 : 2026.07.31 04:56 수정일 : 2026.07.31 08:5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월요일부터 시작된 기말고사가 어제 국어 시험을 끝으로 드디어 종착역에 다다랐다. 하루 두 과목씩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험지를 풀어내던 날들과 달리, 어제는 딱 한 과목만 치르면 합법적(?)으로 조기 하교가 가능한 날이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등교 전 아내에게 모처럼 근사한 저녁 외식을 호기롭게 약속했다.

 

“시험이 시작되면 아무리 문제를 빛의 속도로 풀어냈더라도 minimum 20분은 지나야 교실을 나올 수 있어. 그러니 18시 10분쯤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분수대 앞에서 기다려”

 

국어 시험지 20 문항을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능숙하게 풀어낸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문을 나섰다. 102번 버스에 몸을 실어 311번 버스로 환승하고, 중앙로역 6번 출구로 나와 약속의 장소인 지하상가 분수대로 향했다.

 

약속 시간에 딱 맞춰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반갑게 재회한 뒤, 맛있는 냄새가 이끄는 대로 도보로 근처 맛집인 [월산본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아 노릇노릇하고 윤기가 흐르는 돼지고기 석갈비를 주문했다. 정갈한 차림상과 함께 서비스로 나온 신선한 소고기 육회, 뜨거운 불향이 가득한 석갈비, 그리고 마무리로 는 시원한 물냉면까지 곁들이니 배가 보문산 이상으로 거대하고 든든해졌다.

 

아내 역시 모처럼의 맛있는 외식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먹었어?” “응, 모처럼 나와서 먹으니까 참 맛있네!”

 

기분 좋게 셈을 치르고 다시 중앙로역을 향해 걷는데, 아내가 문득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런데, 이번 기말고사 시험 난이도는 어땠어? 힘들지 않았어?”

 

 

‘난이도(難易度)’라? 솔직히 젊은 청춘들에 비하면 흰머리가 선연하고(그나마 머리칼까지 죄 빠져서 아예 삭발까지 고려할 수준이며) 눈도 침침해진 나이인지라 학업과 시험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일 낮에는 생업이나 일상을 꾸리고 밤에는 배움을 이어가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길이 때로는 체력적으로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대답은 단 하나였다.

“늦은 나이이긴 했지만, 역시 우리 학교에 오길 참 잘했어. 역시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해!”

 

돌아보면 나이가 들어 다시 배움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선 삶의 구원이다. 머리가 굳었다며 손사래를 치던 처음의 두려움은, 교실에 앉아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배움의 환희로 바뀌었다.

 

주경야독의 고단함은 핑계가 아니라, 하루를 두 배로 치열하고 가치 있게 살아냈다는 훈장이 되었다. 만학(晩學)의 길은 나이라는 숫자에 갇혀 머뭇거리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지식 하나를 더 알게 되는 기쁨도 크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배움을 통해 내 삶을 스스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다. 시험공부를 하며 고심하던 시간 동안 나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뼘 더 깊어지며 성장하고 있었다.

 

배움에는 결코 때가 없으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 한 인간의 청춘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실감하였다.

 

여전히 후끈한 폭염의 저녁 바람에 실려 오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배움의 길을 든든하게 응원해 주는 아내와 가족이 있고, 스스로의 삶을 가꾸어가는 배움터가 있으니 이보다 더 풍요로운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시험의 중압감을 훌훌 털어내고 먹은 석갈비의 달콤함처럼, 늦깎이 공부가 가져다주는 삶의 결실 역시 지독하게 달콤하고 눈부셨다. 역시 학교에 오길 잘했다. 사람은 평생 배우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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