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6.03 00:37 수정일 : 2025.06.02 23:02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가장 놀라웠던 장면은 피터지게 싸우던 거대 양당 원내대표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나란히 서명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국회는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을 핑계로 사실상 일손을 놨다.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정산 기한을 20일로 단축하는 법안부터 배터리 등 핵심 산업 지원법 논의까지 모두 올스톱됐다.
그랬던 정치권이 ‘(젊은층은) 더 내고 (고령층은)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 앞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를 맞대며 합의문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21대 대선은 복지는 늘리고 재정은 쏟아붓는 공약 일색이다.특히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두드러진다.
취임 즉시 30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초연금 인상, 생애주기별 소득보장체계 구축 등 재정지출 확대에는 이념도 여야도 없다. 아동수당 확대, 청년수당 도입 등 생색 공약을 끼워넣었지만 젊은세대 입장에선 ‘내돈내산’이다.
물론 안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경제 성장동력을 살리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쓰느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로 낮추면서 “재정지출 추가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의 낡은 경제·사회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은 채 재정지출만 늘리는 건 성장효과가 적고 나라살림 적자만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고령화에 먼저 진입한 일본에선 최근 ‘전 국민 현금 지급안’이 철퇴를 맞았다.
일본은 올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이 미국 관세 및 물가 인상을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3만~5만엔(약 30만~50만원)을 지급하려 했지만 반대 여론에 좌초됐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선거 목적의 퍼주기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병이나 장애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고령화 대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삶의 기반이 취약한 고령층에 대한 지원은 당연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이 같은 돈 풀기 복지로는 고령층 지원보다 재정 고갈 속도가 더 빠를지 모른다. 미래세대가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없는 나라에서 기존 복지체계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2만명 넘는 아기들이 태어나며 출생아 수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성인이 돼 투표권을 얻었을 때 어떤 나라를 보여줄 수 있을까.
정권을 잡기위해 돈으로 환심을 사는 선거, 자유당시절 금품 살포와 무었이 다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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