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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찾은 반장 자리

기인지우(杞人之憂) 단상

작성일 : 2025.11.13 13:21 수정일 : 2025.11.13 15:07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어려서부터 부러운 게 참 많았다. 먼저,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또래들이었다. 형제가 많은 다복한 집안의 아이도 부러움의 대상으로 우뚝했다. 떵떵거린다는 부잣집 아이는 당시에도 존재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적, 학급의 반장을 뽑는 날이 저벅저벅 다가왔다. 당시 나로서는 엄마도 없고 너무도 가난해서 우리 집의 빈 쌀독을 잘못 선택한 쥐가 빠져나오기는커녕 되레 굶어 죽을 정도로 빈곤했다.

 

비록 그러나 공부 하나만큼은 줄곧 1등으로 그야말로 똑소리 나게 잘했다. 당연히 내가 반장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그즈음 ‘풀 방구리가 쥐 드나들 듯’ 얼추 만날 교실을 찾아오는 급우의 어머니가 한 분 계셨다.

 

급우들 입을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엄마의 아들, 그러니까 반장 자리를 놓고 나와 다투던 급우는 당시에도 소위 ‘금수저’ 출신이었다. 아무튼 반장 낙착의 결과는? 당연히 치맛바람 덕을 본 그 친구 몫이었다.

 

당시 너무도 어린 나이였지만 나의 상실감과 울분은 하늘을 찔렀다. 이러구러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66세가 된 올해부터 야간 중학교에서 주경야독하고 있다. 그렇지만 체력이 달리고 기억력마저 감퇴하여 시험을 봐도 도무지 까막눈 점수가 도출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따금‘나도 남들처럼 정상적인 삶의 여정이었더라면 대학까지 졸업한 건 물론이며 떵떵거리는 직장을 정년퇴직하고 지금쯤은 여유작작의 노년을 즐길 수 있었으련만...’이라는 따위의 ‘포모 증후군’에 빠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는 대세에서 소외되거나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fear of missing out, FOMO(포모)’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기회상실 공포(機會喪失恐怖) 혹은 고립공포감(孤立恐怖感)으로도 회자되며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자신이 해보지 못한 가치 있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주택이나 주식 따위에 투자하여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경우라 하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포모’는 부정적인 기분과 우울한 감정에 기여하여 사람의 심리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멀리 해야 할 필요성이 다분하다.

 

어쨌든 나는 지금 야간 중학교에서 반장을 맡고 있다. 50여 년 전에 놓쳤던 그 높았던(?) 자리를 마침내 차지한 것이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기인지우(杞人之憂)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기나라 사람의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뜻으로, 무익(無益)한 근심을 지적하고 있다.

 

지나간 세월은 돌릴 수 없다. 오늘도 학교에 가기 위해 나는 목욕을 하고 화장품을 바르며 옷도 세트(set)로 몽땅 갈아입는다. 인생을 다시 산다는 기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