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3.23 09:38 수정일 : 2026.03.23 16:41
작성자 : 계석일 기자 ([email protected])
법왜곡죄, 사법의 칼인가 정치의 칼인가
정치는 때로 법을 만들고, 법은 때로 권력을 만든다. 그러나 법이 권력을 지키는 도구로 의심받는 순간, 그 사회의 사법 신뢰는 무너진다.
최근 논란이 되는 ‘법왜곡죄’는 그 출발부터 심상치 않다.
이 법은 ‘타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표면적으로는 사법 정의를 강화하는 취지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기준이다.
‘목적’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판사가 법을 “알면서도” 잘못 적용했는지, 아니면 해석의 차이였는지 누가 판단하는가. 재판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영역인데, 그 해석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판결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법이 더욱 논란이 되는 이유는 정치적 맥락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여러 재판을 받던 당사자였다.
그 가운데 공직선거법 사건은 1심 유죄 → 2심 무죄 →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라는 복잡한 흐름을 거쳤다.
특히 대법원 판단을 이끈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법왜곡죄 1호 대상’이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등장하면서, 이 법이 단순한 제도 개혁인지 아니면 특정 판결에 대한 대응인지 논쟁이 커졌다.
법은 일반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특정 사건, 특정 인물을 연상시키는 순간 법은 보편성을 잃고 정치성을 띠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사법부에 미칠 영향이다.
판사는 원래도 부담 속에서 판결한다.
증거, 법리, 양형 사이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지만, 그 결과가 항상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항소와 상고가 존재한다. 그런데 판결 자체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면 어떨까. 판사는 더 이상 법과 양심이 아니라
“나중에 처벌받지 않을 선택”을 먼저 고민하게 된다.
이것은 사법 독립의 위축이다.
그리고 사법 독립이 흔들리는 순간,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도 흔들린다.
지지자들은 말한다. “잘못된 판결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러나 반론도 분명하다. 이미 판결 오류는 항소·상고, 재심, 징계 제도로 통제되고 있다. 그 위에 형사처벌까지 얹는 것은 과잉이라는 지적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긴급조치 9호 는 법의 이름으로 자유를 제한했던 대표적 사례다.
지금의 법왜곡죄를 그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지만, “법이 권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사회가 어떤 결과를 맞는지는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이 법은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권력에 불리한 판결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가.
법은 칼이다.
문제는 그 칼이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칼이 언젠가 다시 권력 자신을 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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