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 지나고서야 보이는 마음의 풍경
작성일 : 2026.05.29 04:59 수정일 : 2026.05.29 08:23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시험 기간이 지나고 나면 늘 비슷한 생각이 든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긴장했고, 왜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졌으며, 왜 평소보다 훨씬 더 악착같아졌을까.
끝나고 나면 숨이 풀리듯 허무해지는데, 막상 시험 기간 안에 있을 때는 세상이 오직 시험 하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시험은 단순히 문제를 푸는 시간이 아니라, 내 능력과 성실함, 미래 가능성까지 한꺼번에 평가받는 순간처럼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 기간에 긴장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갑자기 아주 귀해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내일 해도 될 일이 시험 기간에는 곧바로 불안의 대상이 된다. 하루, 아니 몇 시간의 차이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은 늘 시계 소리로 가득 찬다. 아직 다 외우지 못한 부분, 풀리지 않는 문제, 부족한 수면, 쌓여 있는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마음은 점점 팽팽해진다. 긴장은 준비가 부족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클수록 더 커진다.
초조함은 비교에서 더 심해진다. 시험 기간에는 유독 다른 사람(급우)들의 모습이 크게 보인다. 누군가는 벌써 모든 범위를 끝낸 것 같고, 누군가는 태연하게 앉아 공부를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나는 내 실력을 더 믿지 못하게 된다. 사실 모두가 불안한데도, 시험 앞에서는 남의 침착함만 확대해서 보게 된다. 그렇게 비교는 현실을 왜곡하고, 초조함은 그 틈을 파고든다. 시험은 혼자 치르지만, 불안은 늘 타인과의 거리 속에서 더 커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로 그 불안이 사람을 악착같게 만들기도 한다. 평소라면 포기했을 문제를 끝까지 붙들고, 졸린 눈을 비벼 가며 한 줄이라도 더 읽게 만드는 힘도 결국 절박함에서 나온다. 시험 기간의 악착같음은 욕심이라기보다 버티려는 본능에 가깝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자는 마음이 사람을 책상 앞에 오래 붙잡아 둔다. 어쩌면 우리는 시험을 통과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도 싸우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시험 기간의 나는 평소보다 조금 날카롭고, 조금 더 강하다는 생각이다. 긴장과 초조는 괴롭지만,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이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불안이 지나쳐 자신을 갉아먹는다면 문제겠지만, 적당한 긴장 속에서 끝까지 해내려는 마음은 결국 나를 앞으로 밀어준다.
시험이 끝난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의 감정들은 모두 결과에 대한 집착만이 아니라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는 시험 기간에 흔들리면서도 이상할 만큼 치열해진다.
이런 걸 보면 아마 사람은 중요한 순간 앞에서 가장 불안해지고, 바로 그만큼 가장 간절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시험 기간의 긴장과 초조, 악착같음은 어쩌면 내가 아직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가장 솔직한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이 나이에 언제 공부하지?’라는 자문자답을 하며 입학한 게 작년 3월이었는데 세월 참 빠르다. 이제 6월 하순이면 3학년으로 진급한다. 이 기간 동안 많이 아팠고, 치아도 더 부실해졌다.
하지만 죽어야 끊을 거라고 믿었던 술을 자그마치 1년 가까이나 금주하게 된 원인 역시 공부, 그리고 시험에서 기인했다. 따라서 시험과 긴장의 상관관계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실증적 체험까지 마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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