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이성적인 경제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극단적인 기이함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 증시는 환율 요건 등 대내외적 악조건 속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증시가 이토록 비대칭적인 폭등을 연출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시장 대사(代謝)가 아니다. 이러한 비정상적 폭등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기관투자가들의 노골적이고 선별적인 ‘자금 몰아주기’가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관측되는 수급의 본질은 철저한 양극화다. 연기금을 비롯한 정부 관리 자금은 삼성그룹,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극소수의 초거대 기업들만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반면 시장의 허리를 받쳐야 할 알짜 중소형주들은 철저히 외면당한 채 매도 물량으로 내던져지고 있다. 이로 인해 증시의 쏠림 현상은 위험 수위를 넘어 극도로 확대되었고, 다수의 건실한 기업들이 수급 공백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공공의 자산인 정부 자금이 시장의 균형 발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특정 대기업의 몸집을 부풀리고 시장을 왜곡하는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비정상적 집중 매수’의 배후에 도사린 정치적 의도와 음모적 정황이다. 정부 자금을 동원해 특정 대기업의 지분을 임의로 확대하는 행위는 단순한 투자 수익률 제고 목적을 넘어선 지 오래다. 최근 국민연금 등 관제 자금이 주주총회 시즌을 기해 의결권 행사 기준을 넓히고 기업 경영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는 정부가 자금을 무기로 대기업의 숨통을 쥐고, 궁극적으로는 이들 글로벌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정권의 입맛대로 주무르겠다는 ‘현대판 관치금융’의 서막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시장 경제의 근간은 자율성과 공정성이다. 국가 권력이 공적 자금을 동원해 특정 대기업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떠받치고, 이를 빌미로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조종하려 든다면 이는 민주주의와 시장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대기업을 길들이기 위해 시장을 왜곡하고 중소형주 투자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정권의 폭주는 반드시 멈춰야 한다.
관제 자금의 힘으로 쌓아 올린 비대칭적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권력의 탐욕이 빚어낸 이 기괴한 장세의 끝이 과연 대기업의 통제 성공일지, 아니면 시장 전체의 파국일지 향후 추이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섬뜩하다. 의식 있는 주권자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영악한 가두리 양식장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이 음모의 결말을 감시해야 할 것이다.
[대전=더뉴스라인 이천석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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