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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도 나비효과 있다

“와, 100점 받으셨군요!”

작성일 : 2026.06.03 06:32 수정일 : 2026.06.03 09:17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어제는 얼마 전 치른 기말고사의 본인 성적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교실 안에는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면 교탁으로 나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게 가려진 본인의 성적란에 볼펜으로 사인을 하는 순서였다.

 

내 이름이 불렸고, 가벼운 발걸음 뒤에 숨은 긴장감을 안고 교탁 앞으로 향했다. 슬쩍 확인한 시험지 위에는 선명한 숫자가 박혀 있었다.

 

“와, 100점 받으셨군요! 축하합니다.” 선생님의 쾌활한 목소리가 교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세상에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예상치 못한 공개 칭찬에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왔고, 내 얼굴은 금세 잘 익은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우면서도 밀려오는 뿌듯함에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기분 좋은 ‘내 성적 확인’ 시간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왔을 때, 선생님께서는 느닷없이 또 한마디를 덧붙이시며 나를 더 깊은 당혹감 속으로 밀어 넣으셨다.

 

“어제는 모 교장 선생님과 술 한 잔 나눴는데, 글도 잘 쓰시고 매사 모범이라면서 홍경석 님을 극구 칭찬하시더군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사석에서 나눈 대화 속에서 내 이름이, 그것도 과분한 극찬과 함께 오르내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감사함과 쑥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는데, 이번에는 느닷없이 반장이 나서서 그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홍경석 님은 기자인 데다가 책도 많이 낸 작가님이랍니다.”

교실 안의 시선이 다시금 나에게 집중되었다. 겨우 진정되었던 얼굴색이 다시금 ‘붉으락푸르락’ 변해갔다. 그것은 부끄러우면서도 결코 기분이 나쁘지 않은, 기분 좋은 흥분이자 고공 상승하는 행복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뜨거웠던 얼굴이 식어갈 무렵 문득 하나의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그건 바로 ‘칭찬에도 나비효과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게 써 내려간 글과 행동이 어느 교장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마음이 술자리의 대화를 통해 우리 선생님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그 전해진 칭찬이 다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반장의 입을 통해 동료들에게 확산되며 나라는 존재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미풍처럼 시작된 작은 인정이 커다란 부메랑이 되어 내게 상상치도 못한 거대한 기쁨과 감동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기분 좋은 나비효과는 나에게 두 가지 다짐을 남겼다. 첫째는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나를 좋게 평가해 준 이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기자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매사 모범을 보이며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겠다는 ‘책임감’이었다.

 

둘째는 나 역시 타인의 장점과 선행을 아끼지 말고 주변에 전파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내가 무심코 던진 진심 어린 칭찬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에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켜, 그 사람의 하루를, 혹은 인생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붉게 물들었던 어제의 얼굴은 부끄러움의 증거가 아니라,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가꾸어가라는 기분 좋은 경종이자 훈장이었다. 칭찬의 나비효과가 만들어낸 달콤한 흥분을 품고, 오늘도 나는 새벽부터 펜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