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6.15 13:20 수정일 : 2026.06.15 13:54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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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

당선증 반납과 재선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시 쓰는 역사
Ⅰ. 국민의힘은 말이 아닌 결단으로 답하라.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이제 더 이상 기자회견과 성명서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선거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면서도 그 결과로 얻은 권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모순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선거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가장 먼저 보여야 할 것은 정치적 희생과 책임이다. 국민의힘 소속 당선자들이 당선증을 반납하고 재선거를 요구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특히 서울시장,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이 앞장선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되찾기 위한 역사적 선언이 된다. 진정성을 증명하는 길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Ⅱ. 20·30세대의 외침을 가슴으로 읽어라.
4·19혁명은 3·15 부정선거에 항거한 국민의 역사적 저항이었고 그 중심에는 젊은 세대가 주축이었다. 국가의 위기 때마다 청년들은 기득권보다 정의를 선택했고, 침묵보다 행동을 택했다. 최근 선거 공정성 문제를 가장 강하게 제기하는 계층 가운데 하나도 20·30세대다. 이들의 목소리를 단순한 정치적 불만이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공정한 룰과 신뢰할 수 있는 제도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온전히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요구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의심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의심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더욱 강해진다.
Ⅲ. 독일은 참정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선진국 독일은 선거 결과보다 국민의 참정권을 우선했다. 2021년 베를린 선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과 행정 혼란으로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판단 아래 결국 재선거를 했다. 이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
국민의 한 표가 침해될 수 있다면 다시 투표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선택한 것이다. 독일은 민주주의가 결과를 강요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제도임을 보여주었다. 국민이 의심하는 선거는 승리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Ⅳ.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절차를 우선한다.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선거 결과보다 선거 과정의 정당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되었거나 훼손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생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제도적 보완과 재검증이 논의된다.
민주주의는 승패를 가리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선거를 믿지 못한다면 당선자의 정통성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선거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국민이 그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절차에 있다.
Ⅴ. 선거제도는 국민이 직접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의 출발점은 국민 신뢰 회복이다.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확인할 수 없는 제도는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불신을 낳는다. 선거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
투표와 개표 과정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하며 모든 절차는 의혹이 아니라 신뢰를 남겨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믿음 위에서만 작동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재설계다.
우선 사전 투표 폐지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선거는 당일 투표를 원칙으로 하고 전면 손 개표를 시행해 국민 누구나 개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투명 투표함을 도입하고 투표용지가 투입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숫자가 집계되는 계측장치를 부착해 현재 투표용지 수량을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일 투표로 투표율 저가가 염려된다면 투표를 안 하면 벌금을 내는 나라가 많다. 대표적으로 호주, 벨기에, 브라질, 룩셈부르크 등이 있으며, 반면 투표하면 돈을 직접 주는 나라는 거의 없고 대부분 경품·추첨·교통비 지원 등 제한적인 참여 장려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Ⅵ. 선관위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오늘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거 결과에 대한 논란보다 선거관리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다. 국민이 관리 기관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선거 결과를 둘러싼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는 근본적인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외부 감사와 상시 감시 체계를 강화하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심판은 국민이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기관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신뢰받는 선거관리 시스템 없이는 신뢰받는 민주주의도 존재할 수 없다.
Ⅶ. 역사는 침묵보다 행동을 기억한다.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정치권의 끝없는 공방이 아니다. 의혹이 있다면 명확히 밝히고 확신이 있다면 책임 있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만약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 역시 뒤따라야 한다.
당선증 반납과 재선거 요구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책임의 표현이다. 민주주의는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희생과 책임, 그리고 행동으로 지켜진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면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권력을 지키면서 부정을 외칠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 앞에 진정성을 증명할 것인가. 역사는 침묵한 사람보다 행동한 사람을 기억한다. 그리고 역사는 기득권을 움켜쥔 사람보다 국민 주권을 위해 권력을 내려놓은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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