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여, 제발 국민 앞에 최소한의 ‘염치’를 회복하라
작성일 : 2026.06.16 09:52 수정일 : 2026.06.16 16:33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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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수의 모습을 지닌 정치인 모습을 AI 이미지로 생성 |
‘염치(廉恥)’라는 말은 청렴할 염(廉) 자에 부끄러워할 치(恥) 자를 쓴다. 즉,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맹자(孟子)는 인간의 사단(四端) 중 하나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꼽았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의 공정과 도덕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이 도리어 이 ‘염치’를 가장 먼저 팽개친 것은 아닌지 깊은 회의감이 든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적재적소에 능력과 품격을 갖춘 인물을 배치하는 것은 국가 경영의 기본이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인사 시스템은 국민의 상식과 정반대로 달리고 있다.
자신의 변호인들을 줄줄이 고위 공직에 앉히는 ‘보은(報恩) 인사’는 사법의 공정성을 의심케 한다. 전문성이 생명인 국립 정동극장 대표에 개그맨 출신을 낙점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에 음식 칼럼니스트를 임명한 대목에선 헛웃음마저 나온다.
가장 백미(白眉)는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이다. 현 정부는 그동안 "집을 한 채 이상 소유한 사람은 투기꾼"이라며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해 왔다. 그런데 정작 일국의 내각을 총괄할 국무총리 후보자로 재산이 250억 원에 달하고, 집을 무려 4채나 보유한 인물을 당당히 내세웠다.
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극치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이처럼 염치없고 뻔뻔한 행태를 경계하는 수많은 지혜를 남겼다.
먼저, 인면수심(人面獸心)과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고, 얼굴 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권력의 단맛에 취해 국민의 눈총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없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도 허투루 볼 수 없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오해받을 짓은 애초에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현 정치는 오해를 넘어 대놓고 측근을 챙기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한다.
‘벼룩도 낯짝이 있고 빈대도 콧등이 있다’ - 아무리 보잘것없는 존재라도 최소한의 체면과 염치는 있다는 우리 속담이다. 하물며 국가의 녹을 먹는 고위 정치인들이 벼룩만도 못한 염치를 보여서야 되겠는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다’ - 공공의 이익을 지켜야 할 자리에 사리사욕과 이해관계로 얽힌 인물을 앉히는 현 인사 시스템을 꼬집는 가장 적절한 관용구다.
정치권의 염치 상실은 단순히 정치인 개인의 도덕적 결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도층이 부끄러움을 잃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세운 기준을 정부 스스로가 깨뜨릴 때 국민은 극심한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낀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지면,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의 근간이 무너진다.
성실하게 땀 흘려 집 한 채 마련하려던 서민들은 다주택 총리 후보자의 자산 앞에서 깊은 박탈감을 느끼고, 밤낮으로 공부해 공직을 준비하던 청년들은 ‘라인’과 ‘백’으로 자리를 꿰차는 낙하산 인사들을 보며 절망한다.
정치권이 염치를 잃고 법과 도덕을 조롱하면 국민 역시 정부의 정책과 명령을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가 사라진 사회는 갈등과 불신으로 가득 찬 ‘불안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본래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예술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외려 국민의 눈에서 피눈물을 흐르게 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거울을 보고 자신들의 낯 두께를 재보아야 한다.
염치를 아는 정치, 부끄러움을 아는 인사가 회복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사회적 불안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국민 앞에 최소한의 ‘염치’를 회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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