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
작성일 : 2026.06.17 06:30 수정일 : 2026.06.17 11:32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오늘 마주할 세상과 사람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설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식상한 격언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매일 아침을 깨우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자 삶의 이정표다. 그리고 나를 가장 가슴 뛰게 만드는 그 일은 바로 '기자'라는 직업이다.
흔히 기자는 세상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팩트를 전달하는 차가운 관찰자로 묘사되곤 한다. 물론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것도 기자의 중요한 사명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기자의 진짜 매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가장 압권은 내가 진심을 담아 쓴 기사가 당사자는 물론, 글과 사진을 본 독자에게까지 깊은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는 순간이다.
그 경이로운 연결의 순간을 마주할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며, 그것이 바로 나를 채우는 진정한 행복이자 치유(힐링)가 된다.

△ 인터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기사는 결코 책상 위에서 화려한 수식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취재 현장에서, 마주 앉은 사람의 숨결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취재하고 인터뷰를 할 때 반드시 지키는 나만의 철칙이 있다. 바로 '철저하게 인터뷰이의 입장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인터뷰이는 답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아적는 받아쓰기 기계가 되기를 거부한다. 인터뷰이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그의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은 채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걸어보는 일이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눈물 뒤에 감춰진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 그가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한 침묵의 순간까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기쁨에는 함께 활짝 웃고, 그의 아픔에는 함께 가슴 아파하며 마음에 주파수를 맞출 때, 비로소 세상에 하나뿐인 진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기자의 시선이 건조하고 냉정할 때 기사는 그저 하나의 '정보'에 그치지만, 기자의 마음이 인터뷰이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 때 기사는 비로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이 된다.

△ 글과 사진이 만들어내는 마법
그렇게 인터뷰이의 마음을 온전히 투영해 낸 글과, 그 사람의 진심이 담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 지면이나 화면에 실리는 순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기사를 본 주인공이 "내 마음을 그대로 알아주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힐 때의 전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누군가의 삶을 가치 있게 조명해 주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준 것만으로도 그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감동은 독자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던 독자들이 그 글과 사진을 통해 인터뷰이의 삶에 공감하고, 위로를 얻으며, 때로는 삶의 희망을 다시 품기도 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두 존재가 나의 기사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따뜻한 에너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 이보다 더 가슴 뛰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혁명만이 아니다. 한 편의 기사가 전하는 따뜻한 감동과 기쁨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그 녹아내린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든다고 나는 믿는다.

△ 나 자신을 치유하는 부메랑
기자라는 직업이 매일 행복하고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마감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취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밤을 지새우며 고뇌할 때도 많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탈진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강력한 치유제는 결국 '내가 쓴 기사' 그 자체다.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쓴 글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나의 거칠었던 마음도 함께 치유된다.
타인을 치유하기 위해 쓴 글이 결국 나 자신을 치유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셈이다.
△ 당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타인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경청하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진심을 기록하며, 그 기록으로 세상에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이 기자의 삶이 바로 나를 뛰게 만든다고.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터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의 마음을 담은 글을 쓸 것이다.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의 파도를 일으키는 그 기쁨을 위해, 나는 오늘도 가슴 뛰는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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