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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존재 이유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

증인 없는 인사청문회, ‘김빠진 맥주’로 전락한 국민의 알 권리

작성일 : 2026.06.19 05:44 수정일 : 2026.06.19 09:5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역량을 국민 앞에 철저히 검증하는 헌법적 절차다. 특히 일국의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 자리는 그 무게감만큼이나 현미경 검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오는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예정된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이 빠져버렸다. 여야의 대치 끝에 단 한 명의 증인과 참고인도 없이 청문회를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핵심 알맹이가 쏙 빠진, '김빠진 맥주' 같은 청문회가 불을 보듯 뻔해졌다. 이번 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여야의 강 대 강 대치에 있다. 국민의힘은 후보자 가족 관련 문제와 기타의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11명의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거부하며 "전형적인 신상 털기이자 정권 흠집 내기 의도"라고 맞섰다.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특위는 산회했고, 증인석이 텅 빈 청문회 일정이 확정됐다.

 

이는 거대 다수당의 일방적인 반대로 인해 국회의 가장 중요한 견제 기능 중 하나가 마비된 꼴이다. 인사청문회의 꽃은 단연 증인과 참고인 신문이다.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과 말 바꾸기를 잡아내고, 베일에 싸인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는 결정적 열쇠는 이들의 생생한 증언에서 나온다. 서류 더미와 후보자의 정제된 답변만으로는 권력 주위의 복잡한 이해관계나 도덕적 흠결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야당의 공세 차단'을 명분으로 증인 채택을 전면 거부한 것은 국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민의 알 권리'가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점이다.

 

총리 후보자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명명백백하게 지켜볼 권리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묻고 검증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다수당이 청문회장을 방패막이 삼아 의혹 제기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오만한 행태다. "이틀간 충분한 질의 시간이 있다"는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증거와 증인이 없는 질의는 말싸움과 시간 때우기식 공방으로 흐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검증을 피하려는 정당이나, 증인 없는 청문회 뒤로 숨는 후보자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당당하다면 오히려 증인들을 불러 세워 의혹을 소상히 해명하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맞다.

 

알맹이 없는 청문회는 결국 통과의례를 위한 '요식 행위'이자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거대 야당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독단적 태도를 철회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톡 쏘는 청량감과 날카로운 검증이 사라진 청문회는 국민에게 깊은 실망감과 피로감만 안겨줄 뿐이다. 김빠진 맥주를 누가 신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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