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음주 습관을 손절한 까닭
작성일 : 2026.06.25 05:06 수정일 : 2026.06.25 13:1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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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 내가 열한 살 때부터 시판한 부라보콘, 금주 대신 이와 같은 주전부리를 곧잘 하고 있다 |
술을 처음 배운 것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 50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사는 게 너무나도 버거웠던 소년가장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구조적 가난의 굴레, 그리고 알코올 중독으로 가장의 책임마저 내려놓았던 홀아버지는 마치 나의 암울한 미래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고향 역전에서 온 힘을 쥐어짜며 돈벌이를 마친 어느 지독히도 지쳤던 귀갓길, 나는 구멍가게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샀다. 그리고 길가에 놓인 손바닥만 한 벤치에 걸터앉아 안주도 없이 그 독한 강술을 목구멍으로 들이부었다.
난생처음 몸속으로 들어온 소주는 열일곱 소년의 이성을 금세 인사불성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것이 나와 술의 첫 만남이자,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잘못 배운 술이었기에 진작에 손절(損切)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미련 맞게도 그 지독한 인연을 무려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주야장천 이어왔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술은 늘 내 곁에 있었고, 나는 그것이 삶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라 착각하며 살았다.
언젠가 아내가 쏘아붙였던 매서운 지청구는 여전히 내 뇌리 속 창고에 또렷이 저장되어 있다. “당신이 한 달에 과연 며칠이나 술을 먹는지 내가 가계부에 똑똑히 적어놨는데, 어떤 달에는 무려 27일이나 마셨더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찔끔하며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그랬던 내가 술을 완전히 끊은 것은 작년 7월부터였으니, 이제 정확히 1년째를 맞이한다.
남들은 대단한 결단이라 칭찬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내 몸이 보내온 심각한 건강의 적신호 ‘덕분’에 떠밀리듯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금주는 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이 되었다.
여전히 세상의 수많은 모임과 회식 자리에는 당연하다는 듯 술이 식탁 위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제 완벽한 ‘비주류’가 된 나에게 술은 더 이상 아무런 인연이 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 아내는 물론이고 내 아이들까지도 내가 철저한 금주 실천자가 되었음을 굳게 믿고 인정해 준다. 가족들의 그 신뢰 가득한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다시 술잔을 입에 댄다는 것은 단순한 변심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세운 행복이라는 ‘실정법’을 위반하는 중범죄와 다름없다고 말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나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약속, 그리고 나 자신과의 약속은 내 삶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지나온 50년의 세월 동안 술에 저당 잡혔던 내 삶을 되찾고, 남은 인생을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가족 곁을 지키겠다는 약속. 나는 오늘도 그 약속의 묵직한 무게를 기분 좋게 짊어진 채, 술 없는 삶이 주는 평온함을 즐기고 있다.
주경야독을 위한 오후 등굣길은 그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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