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당당한 언어를 보고 싶다
작성일 : 2026.06.28 08:08 수정일 : 2026.06.29 06:3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의 성찬 속에서 살아간다. 특히 TV를 틀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사회적 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토크 프로그램이나 교양 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가진 화려한 이력과 학식, 즉 '현직 대학교수'이자 '박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에 기대를 걸고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그 기대는 이내 깊은 탄식과 짜증으로 변하곤 한다. 그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이른바 '두루뭉술한 어법' 때문이다.
전문가라는 이들이 대화를 이어가며 툭하면 “~ 한 거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한술 더 떠 “~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라는 기이한 겹문장까지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들을 때마다 귀가 먹먹해지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이다.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생 학문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이 왜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는 걸까.
본래 "~ 것 같다"는 표현은 주관적인 느낌이나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조심스럽게 추측할 때 쓰는 어법이다. 오늘의 날씨를 예측하거나, 타인의 기분을 조심스레 짐작할 때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하지만 학문적 근거와 확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회적 발언을 하는 교수나 박사의 언어는 달라야 한다. 그들의 언어는 “~ 한 것입니다.”라는 확신에 찬 단정과, 최소한 “~ 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주체적인 소신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
이처럼 지식인들마저 확정적 어법을 기피하고 두루뭉술하게 숨어버리는 현상의 이면에는 '책임 회피의 심리'가 웅크리고 있다. 단호하게 말하는 순간, 그 말은 곧 자신의 책임이 된다.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비판이나 반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은연중에 '추측성'이라는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내 의견이 아니라 그렇게 보인다는 것뿐"이라는 식의 비겁한 도피처다.
더욱이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은 시청자나 청중에게 생각의 방식까지 유도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판단의 주체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순을 지닌다. 이는 청자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지식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당당함마저 저버린 태도다.
소신 없는 지식인의 비겁한 언어습관은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고 시청자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안긴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철학이자 인격의 거울이다.
특히 사회적 공인이나 전문가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사회적 파급력을 인지해야 한다. 당당하게 확신을 갖고 말하지 못하는 전문가의 말은 대중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
겉포장만 화려한 박사 학위와 교수 직함이 무슨 소용인가. 알맹이 없는 두루뭉술한 말버릇은 오히려 그들의 전문성을 갉아먹는 독이 될 뿐이거늘.
이제 방송에서만큼은, 그리고 사회를 이끈다는 지식인들의 입에서만큼은 이 비겁한 추측형 어법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자신의 연구와 지식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이렇습니다."라고 말하는 단호한 지식인, 자신의 신념을 걸고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외치는 책임감 있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그리운 시대다.
소신 있는 당당한 언어가 넘쳐날 때, 우리 사회의 담론도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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