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
작성일 : 2026.06.29 12:33 수정일 : 2026.06.29 13:3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우편함에서 묵직한 신문 한 부를 꺼내 들 때면 언제나 가슴 한구석이 설렌다. 방금 도착한 [충남도정신문]의 독자마당에는 얼마 전 내가 정성껏 투고했던 글, ‘과이불개(過而不改) 유감’이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희덕 시인의 수필 ‘풀 비린내에 대하여’를 통해 문명 이기를 성찰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음주운전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한 글이다.
내 이름 석 자와 대전시 대덕구라는 주소가 박힌 지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 뿌듯한 보람이 밀려온다. 하지만 소소한 기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이 채택되어 게재되면 조만간 소정의 원고료가 통장으로 입금된다.
비록 수백만 원짜리 거금은 아닐지라도, 정다운 아내의 손을 잡고 동네 맛집에서 따뜻한 청국장이나 맛있는 외식 한 번 기분 좋게 낼 수 있는 알찬 액수다.
내 손끝에서 나온 생각과 글이 활자가 되어 세상에 퍼지고, 거기에 정당한 노동의 대가까지 따라오니 이보다 더 매력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심을 담아 늘 이렇게 묻곤 한다.

“글 쓰면 돈이 되는데 안 쓸래(요)?”
요즘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아르바이트가 존재한다. 몸을 써서 땀을 흘리는 일도 숭고하지만, 나에게 글쓰기는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정신적 알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육체노동은 부담스러워지지만, 글쓰기는 컴퓨터 앞에 앉아 내 삶의 지혜와 사회를 향한 시선을 벼리는 일이라 시공간의 제약도 적다.
교통사고 프로그램을 보며 분노하고, 철학적 사자성어를 곱씹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한 편의 글로 엮어내는 과정 자체가 나를 깨어있게 만든다. 게다가 내 글에 공감한 매체에서 원고료까지 주니, 이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를 어렵고 고상한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생각하며 지레 겁을 먹는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대단한 문학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합리함에 귀를 기울이고, 내 주변의 따뜻한 이야기를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글은 내 삶을 증명하는 ‘제2의 성공 명함’이 되어주고, 차곡차곡 쌓인 원고료는 삶의 소소한 활력소가 된다.
오늘 저녁에는 아내에게 신문을 보여주며 자랑스레 외식을 제안할 생각이다. 내가 쓴 글로 번 돈으로 아내와 마주 앉아 나누는 밥 한 끼는 세상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달콤할 것이다.
글을 쓰면 세상을 향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좋고, 내 정신이 늙지 않아 좋으며, 지갑까지 채워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이 좋은 것을 왜 망설이는가? 자, 글 쓰면 돈이 되는데 정말 안 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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