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Home > 오피니언 > 칼럼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방첩사, 49년 만에 해체…방첩본부로 축소

작성일 : 2026.06.29 17:49 수정일 : 2026.06.30 13:24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방첩·수사·보안 기능 분산 이관

권한남용 우려한 폐지인데
기관 간 협조 부족과 정보 분석 체계
미비,정보력 약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외교·안보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겉으로 나타난 결과 뒤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치열한 정보력과 복잡한 선택들이 국가의 생존을 결정한다. 그많큼 정보전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방첩사 기능 가운데 방첩·방산 관련 정보활동과 보안감사는 각각 신설하는 국방방첩본부와국방보안지원단에, 안보수사는 국방부 조사본부로 분산 이관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최근 국군방첩사령부를 49년 만에 전격 해체하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큰 동요가 일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방첩사를 해체하고, 기존 방첩·보안·안보수사 기능은 국방부 산하에 신설되는 ‘국방방첩본부’와 ‘국방보안지원단’ 등으로 분산하는 내용의 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안을 발표했기때문이다.
아울러 과도한 권한의 배경으로 지목된 동향조사와 인사첩보, 세평수집 기능 및 불법·비리 정보수집 기능은 전면 폐지했다.

 

올해 76주년을 맞은 6·25전쟁일을 보내며 최근 결정된 방첩사 해체를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12·3 비상계엄 가담은 ‘해체를 당해도 싸다’ 싶을 정도의 과오이긴 하지만 조직의 폐쇄, 그것도 정보를 다루는 주요 부처를 아예 없애버리는 건 정보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6·25가 일어나기 전 한·미 정보기관의 대북 정보력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제한된 예산과 인력 등으로 인해 대북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었고, 한국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에야 독자적인 정보기관을 설치했다. 그렇다고 정보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양국 정보기관은 38선 인근에 북한 군사력이 집중되고 북한 주민이 철수하는 등 전쟁 징후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북한의 침공 준비로 해석되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이 잦은 탓에 안이했던 측면도 있었고, 북한의 자체 훈련이나 방어적 조치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련에 대한 미국의 오판도 한몫했다. 미국은 소련의 승인 없이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하기 어렵고, 소련이 세계대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남침을 지원하지 않으리라고 봤다. 즉 정보가 없었던 게 아니라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실패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은 방첩사 해체에도 시사점을 갖는다. 정부는 방첩사의 방첩·수사·보안 기능을 각기 다른 기관으로 이관한다는 방침인데, 이렇게 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정보가 단편적으로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 6·25에서도 봤듯이 중요한 징후가 여러 기관에 흩어진 채 종합되지 못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고, 안보 환경이 1950년대보다 훨씬 복잡해진 현시점에서 그 여파가 과거보다 클지도 모른다. 방첩사 해체는 한·미 정보협력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방첩사를 대체할 조직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의 정보보호 능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해 정보 공유에 소극적으로 임할지도 모른다. 정보기관들은 오랜 기간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협력하고, 특히나 대북 정보력은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을 자산으로 한다. 우리의 새로운 정보 체계가 신뢰할 만하다는 걸 미국에 증명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북한과 각국의 정보전 강화

러·일전쟁 승리 이끈 일본 정보력

1963년 생산되고 1994년 비밀해제된 미 CIA의 ‘새 시대 일본 정보(Intelligence in the New Japan)’ 내부보고서도 과거 일본이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과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정보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전쟁의 60초미학,이번 이란전쟁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십 명의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는데 걸린 단 60초의 경이적 시간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2월 28일 오전 9시40분, 이란 권력의 심장부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관저와 혁명수비대 지휘부, 국가안보회의 건물을 잇달아 폭격했다. 이로 인해 이란의 종교권력, 군사권력, 국가안보 의사결정 기구가 단 1분 만에 마비됐다. 정밀함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이후 전쟁 양상은 전쟁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미국의 일방적 공격으로 전개됐다. 이란 지도부가 서로 대피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한 치의 오차 없이 단 60초 만에 제거했고, 이것이 초반 전세(戰勢)를 결정지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이끈 진짜 주인공은 미사일이 아니었다. 정보였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자산이 동시 타격의 정확한 시간과 위치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전쟁에서 정보가 전쟁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전쟁 승리의 지원수단으로만 여겨졌던 정보가 이제는 전쟁의 지형과 양상을 바꾸는 중심 요소로 발전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 제거, 2023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 제거, 올해 초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그리고 이번 이란 전쟁에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제거는 모두 이 같은 휴미트 정보의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에 이어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모두 인간 정보와 AI 기반의 첨단 기술정보가 결합된 거대한 정보공간 속에서 전장의 승패가 결정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현대전에서 정보의 역할은 단순한 전술적 지원을 넘어 전쟁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하는 전략적 요소로 발전하고 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과 윌리엄 번스 전(前) CIA 국장 등이 한결같이 오늘날 첨단 정보혁명이 전쟁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하후가 축적된 국정원의 간첩수사권마져 없애버린 정부가 이번 정보기관인 방첩사 해체 결정을 놓고 벌써부터 기관 간 업무 협조와 보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각살우가 되지 않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할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면서 군의 정보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칼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