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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은 별을 찾아낸다

“저는 귀하처럼 훌륭하신 분만 인터뷰합니다”

작성일 : 2026.07.15 03:41 수정일 : 2026.07.15 07:0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기자에게는 저마다의 색이 있다. 누군가는 현장을 파고들어 사실의 결을 길어 올리고, 누군가는 문장을 다듬어 진실의 온도를 독자에게 정확히 전달한다. 그러나 어떤 기자이든 끝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승부를 보는 지점은 인터뷰에 있다.

 

인터뷰는 단순히 말을 받아 적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과 태도, 그가 세상에 남긴 의미를 길어 올려 공공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누구나 만난다고 해서 좋은 기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을 스치듯 접촉하는 것과, 정말 만나야 할 사람을 골라 깊이 있게 듣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기자에게 섭외는 숫자가 아니라 안목이다.

 

어떤 사람의 오늘이 우리 사회의 내일을 비추는지, 그의 말이 독자에게 어떤 울림과 방향을 줄 수 있는지 먼저 가늠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아무나 만나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배타적 선언이 아니라 기자로서의 책임 선언이다.

 

실제로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다. “저보다 더 나은 분이 많습니다”, “제가 무슨 인터뷰까지 할 사람인가요”라고 한발 물러선다. 그러나 바로 그 겸손이야말로 우리가 귀하게 보아야 할 덕목이다.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는 사람, 자리를 탐하지 않는 사람,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해 온 사람에게는 대개 세상을 움직이는 조용한 힘이 있다. 기자는 그 힘을 알아보아야 한다. 드러난 유명세보다 숨은 품격을 먼저 읽어내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칭찬의 언어다. 다만 칭찬은 아부와 달라야 한다. 공허한 미사여구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뿐 아니라 기사 전체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린다. 반면 진심 어린 칭찬은 상대의 삶을 존중한다는 신호이며, 당신의 이야기가 사회에 전해질 가치가 있다는 설득이다.

 

“귀하처럼 훌륭하신 분만 인터뷰합니다”라는 한마디에는 단순한 예의 이상의 의미가 담긴다. 그것은 당신의 시간과 경험을 가볍게 다루지 않겠다는 약속이고, 당신이 걸어온 길을 독자 앞에 정직하게 세우겠다는 다짐이다.

 

좋은 인터뷰는 결국 좋은 질문에서 시작되지만, 그 이전에 좋은 시선에서 출발한다.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는 시선으로는 결코 깊은 답을 얻을 수 없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갈 때 상대는 비로소 자기 삶의 진짜 장면을 꺼내 놓는다.

 

기자가 먼저 인터뷰이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합당한 언어로 문을 두드릴 때 인터뷰는 정보 수집을 넘어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기록이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사에는 온기가 생기고, 독자는 한 사람의 말에서 시대의 방향까지 읽게 된다.

 

나는 기자의 사명 가운데 하나가 세상이 미처 조명하지 못한 사람을 발굴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이미 많은 매체가 다룬다. 그렇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버티며 공동체의 기준이 되어 주는 이들은 의외로 쉽게 지나쳐진다.

 

기자는 그 숨은 별을 찾아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인터뷰는 유명인을 소비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본받을 만한 삶을 사회적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이어야 한다.

 

결국 기자정신이란 진실을 좇는 집요함과 더불어,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에서 완성된다. 아무나 섭외하지 않는다는 말은 선택받은 소수만 만나겠다는 허세가 아니다. 함부로 만나지 않고, 함부로 묻지 않고, 함부로 쓰지 않겠다는 직업적 윤리다.

 

만나야 할 사람을 끝내 찾아내고, 그 사람의 진면목을 세상에 전하며, 독자가 그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삶의 표준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터뷰를 중시하는 기자의 자부심이며,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강력한 기자정신이다.

 

이런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그동안 수백 명의 훌륭하신 분을 취재했다. 내일도 나는 또 훌륭하신 인터뷰이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