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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민의 영웅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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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7.16 12:07 수정일 : 2026.07.16 15:0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가끔 뜻하지 않은 순간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오늘, 여느 날과 다름없이 업무를 보며 대전 송촌고등학교 앞을 지나갈 때가 그러했다.

 

교문을 바라보는 순간,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펜싱의 간판이자 대전시민의 영웅, 오상욱 선수였다. 그가 내 아들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바쁜 일과로 지쳐 있던 입가에 나도 모르게 가슴 뿌듯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오상욱 선수는 대전이 낳고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세운 위대한 스포츠 스타다. 1996년생인 그는 매봉중학교와 송촌고등학교, 그리고 대전대학교를 졸업한 골수 '대전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이미 남다른 재능으로 고교생 최초의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로 발탁되었을 때부터 그의 전설은 시작되었다. 태극마크를 달자마자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시상대에 올랐고, 마침내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2관왕을 차지하며 온 국민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사했다.

 

190cm가 넘는 당당한 체구에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길거리 캐스팅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일화는 대전시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유쾌한 자랑거리로 회자되곤 한다.

 

◇ 지나치던 교문 앞에서 피어난 작은 유대감

 

내 자녀가 다녔던 학교, 그리고 그 학교가 배출한 세계적인 영웅, 이 작은 연결고리가 주는 심리적 거리감은 생각보다 가깝고 강렬했다.

 

송촌고등학교의 교정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고교 동문'이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피를 나눈 가족도 아니고,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직장 동료도 아니다.

 

하지만 '같은 교문을 드나들며 같은 계절을 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묘한 연대감이 형성된다. 내 아들이 땀 흘리며 공부하고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 교정에서, 오상욱 선수 역시 세계 정상을 향한 꿈을 키우며 펜싱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혈연이나 지연, 학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과거의 학연이 카르텔이나 파벌을 형성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문의 진정한 가치는 이익을 주고받는 사적인 울타리에 있지 않다. 그것은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가던 이들이 '공통의 기억'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 서로를 응원하게 만드는 순수한 유대감에 있다.

 

- 정서적 지지대: 동문이라는 이름은 삭막한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준다.

- 자긍심의 원천: 후배의 성공은 선배에게 자극이 되고, 선배의 발자취는 후배에게 이정표가 된다.

- 지역 사회의 결속: 훌륭한 동문 한 명은 학교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 된다.

 

◇ 대전시민의 영웅이 우리에게 남긴 것

 

오상욱 선수가 보여준 행보는 단순히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성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대전이라는 지역 사회에 거대한 자긍심을 불어넣었다.

 

"우리 동네에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세계 최고의 인물이 나왔다"는 사실은 지역 주민들에게 언어 이상의 위로와 활력을 준다.

 

아들의 후배가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승리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역시 각자의 삶이라는 피스트(펜싱 경기대) 위에서 다시금 검을 쥘 용기를 얻는다. 훌륭한 동문의 존재는 이처럼 세대를 넘어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선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송촌고등학교를 멀리하며, 마음속으로 오상욱 선수를 향한 조용한 응원을 보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교정에서 제2의 오상욱을 꿈꾸며, 혹은 자신만의 소중한 미래를 위해 땀 흘리고 있을 아들의 수많은 후배들을 함께 응원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의 푸른 추억을 공유한 동문들이 서로의 끌어주는 힘이 되고 밀어주는 버팀목이 될 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하고 살맛 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마주한 송촌고등학교 교정은 나에겐 단순한 건물이 아닌, 자긍심과 연결의 가치를 깨우쳐 준 소중한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