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권력과 행정 시스템의 공정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흉악범죄 수사의 허점부터 공공기관의 관리 부실까지,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지켜야 할 국가 기구가 도리어 국민적 분노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대로 국가 시스템의 방치와 난맥상을 좌시한다면 대한민국은 사법 정의와 법치가 완전히 실종된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전 국민을 공분하게 만든 ‘장윤기 사건’의 수사 과정은 한국 경찰 수사의 총체적 무능과 유착 의혹을 그대로 드러냈다. 피의자의 부친이 현직 경찰 간부라는 이유로 주요 증거물들이 보존되지 못한 채 폐기되었고,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강간 살인 혐의와 스토킹 범죄를 병합 수사하지 않고 분리 처리하려 했다는 국수본 차원의 지휘선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경찰이 식구를 감싸느라 흉악범의 죄상을 덮어주려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수사의 신뢰를 스스로 내팽팽게친 공권력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 시스템의 불신이 경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의 근간인 선거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끊이지 않는 관리 부실과 불투명한 행정으로 국민적 의구심을 키워왔다. 헌법 기관이라는 그늘 뒤에 숨어 성역 없는 검증을 거부하고 투명한 해명조차 내놓지 못한다면, 국민이 선거 결과와 시스템 전체를 불신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러한 공권력의 자의적 권력 남용과 행정 부실을 방치한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국정 책임자들은 그 중대한 책임을 결코 피할 수 없다. 단순한 자체 감찰이나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는 국민의 의구심을 단 1%도 해소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경찰의 증거 인멸 및 수사 유착 의혹, 그리고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명명백백히 파헤칠 국정조사와 선관위 해체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 내부 제식구 감싸기로 얼룩진 수사 기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독립적인 특검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무너진 법치주의와 공공 신뢰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국가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천석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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