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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학교 가는 어르신들?

배움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작성일 : 2026.08.07 20:03 수정일 : 2026.08.07 21:27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 펄펄 끓는 교실, 에어컨 없었다면 어땠을까! -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했다


오늘은 입추(立秋).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인 오늘은 대서(大暑)와 처서(處暑)의 사이에 들어 있으며,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도 폭염의 위세는 다시금 그야말로 절정을 이루었다. 냉수로 샤워한 뒤 집 밖으로 나오는 즉시 집중 공격을 퍼붓는 무더위는 그 어떤 것도 제어를 할 수 없는 무지막지(無知莫知)의 무자비한 횡포였다.

 

부채로 따가운 햇살을 가려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가까스로 도착한 학교. 하지만 교실에 들어서는 즉시 까무룩 정신까지 혼미할 지경이었다.

 

“안녕하세요? 등교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급우들의 인사가 새삼스레 반갑고 정겨웠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목숨 걸고 학교 왔습니다.”

 

나의 조크에 교실이 박장대소의 물결에 휩싸였다. 6070 세대가 주를 이루는 우리 반의 급우님들은 모두가 ‘어르신’이다. 그럼에도 면학의 의지는 오늘의 무더위보다 더 열정적이다.

 

▶ 일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교실. 위의 사진처럼 우리 눈에 안 보이는 현상은 주변에 부지기수다

 

입추라 했건만, 계절은 아직도 한여름의 심장에 머물러 있다. 하늘은 유리처럼 맑고 태양은 무쇠처럼 뜨겁다. 집을 나서는 순간, 피부를 찌르는 열기는 단순한 더위를 넘어 삶의 의지를 시험하는 시련처럼 다가온다.

 

그 길 위에 서 있는 이들은 젊은 학생이 아닌,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6070의 어르신들이다.

 

“오늘도 목숨 걸고 학교 갑니다.” 이 말은 웃음으로 던지는 농담이지만, 그 속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진심이 담겨 있다. 땀으로 젖은 셔츠, 숨이 가빠지는 언덕길, 그리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한 걸음씩 옮기는 발걸음.

 

그 모든 과정은 단순한 ‘등교’가 아니라, 삶을 향한 또 하나의 도전이다.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폭염은 잠시 멈춘다. 대신 반기는 것은 따뜻한 인사와 배움에 대한 열망이다.

 

주름진 얼굴 위로 번지는 미소, 또박또박 공책에 글을 적는 손길, 그리고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 그 모습은 어느 청춘보다도 더 뜨겁고, 더 진지하다.

 

▶ 고온 현상은 학교 밖도 마찬가지다. 마치 사막에 온 듯한 기시감까지 안기는 입추의 17시 모습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는 말은 본래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한다는 뜻이지만, 오늘의 어르신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살아 숨 쉰다. 낮에는 삶의 무게를 견디고, 저녁에는 지식의 빛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그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며, 지나온 세월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작업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은 선택이 아니라 용기다. 기억력은 예전 같지 않고, 몸은 쉽게 지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젊어진다. 배움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힘이자, 삶을 다시 피워내는 불씨이기 때문이다.

 

폭염 속 등굣길은 분명 고된 길이다. 그러나 그 길 끝에는 새로운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오늘도 웃으며 말한다. “힘들어도 와야지요. 여기 오면 내가 살아 있는 것 같거든요.”

 

이처럼 배움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의 후반부에서 더욱 깊고 단단해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꺼지지 않는 학문의 열정,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 일반 카메라로는 사람잡는 고온 현상의 현실을 간파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