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현장의 소통 부재가 부른 값비싼 대가
작성일 : 2026.08.08 21:55 수정일 : 2026.08.09 17:39
작성자 : 계석일 기자 ([email protected])
배달기사 “화 안 냈는데요”에서 시작된 갈등, 벌금 3백만 원…
서비스 현장의 소통 부재가 부른 값비싼 대가

배달 번호 확인 과정에서 시작된 말다툼, 형사사건으로까지 번져
고객의 주문과 배달기사의 생계까지 걸린 현장…감정 아닌 매뉴얼로 대응해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있다. 사건에는 대개 시작점이 있다. 그러나 작은 불씨를 초기에 끄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2025년 7월 26일 대전의 한 패스트푸드 M-대전 센트럴 DT 매장에서 발생한 배달기사와 직원 사이의 갈등, 처음에는 배달 번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사소한 언쟁이었다.
그러나 갈등은 모욕 혐의 등을 둘러싼 고소·수사와 스토킹 논란, 체포와 형사재판으로까지 이어졌고 이제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70대 배달기사와 20대 매장 직원 사이의 다툼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배달 플랫폼 시대의 고객 응대와 갈등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배달 번호 두 개에서 시작된 갈등,
피고인 전 모(70세) 씨 측 설명에 따르면 당시 전 씨는 배달 주문 2건을 배정받고 오후 1시께 맥도날드 대전 센트럴 DT점을 찾았다고 했다.
전 씨는 정모(28) 직원이 배달 번호를 묻자 주문번호 ‘1468, 1469’를 알려줬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번호를 여러 차례 말해는 데도 자꾸 되묻자 마지막에는 큰 목소리로 했다는 것이 전 씨 측 설명이다.
큰소리로 외치자 직원 정모(28) 씨는 “화내지 마요”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 씨가 “화 안 냈는데”라고 대응하면서 반말 여부를 놓고 다시 언쟁이 이어졌다고 했다.
기분이 상한 맥도날드 정모씨는 배달기사가 주문받은 2건을 취소 처리하면서 전모씨는 "쌍놈의계집애" "너는 애비 어미도 없냐"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썼다는 것이 전 씨 측의 설명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젊은 직원에게 폭언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종사자 역시 고객이나 배달기사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배달기사 전 씨가 왜 모욕적인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맥도날드 직원의 언행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왜 단순한 배달 번호 확인 과정에서 시작된 문제가 고객 주문 취소 문제와 형사사건으로까지 확대됐는가 하는 점이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은 감정싸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배달 서비스에는 매장 직원과 배달기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소비자가 있다.
소비자는 상품을 주문하고 대금을 지급한다. 매장은 상품을 준비하고 배달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배달기사는 그 과정에서 상품을 소비자에게 운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현장에서 매장 직원과 배달기사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소비자의 주문은 가능한 한 정상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별도의 절차가 작동돼야 한다.
직원과 배달기사의 감정싸움 때문에 이미 결제된 고객의 주문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결국 아무런 잘못이 없는 소비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주문이 실제로 어떤 절차와 권한에 따라 취소됐는지, 취소 결정의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M-대전 센트럴 DT와 배달 플랫폼은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장 직원과 배달기사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했더라도 생산자 입장에서는 고객의 주문한 상품을 취소가 아닌 정당한 절차에 따라 출고해야 하는 것이 기본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피고인 전모씨의 지점장(여)고소취소상담과 다음날 지점장 부재로 매장 방문이 이상하게 얼룩진 형사사건이다.
전 씨 측에 따르면 사과하려는 과정에서 어깨 접촉을 성추행으로 둔갑됐고, 이에 대한 고소가 제기됐다. 또한 전 씨가 해당 매장을 다시 방문한 행위를 놓고 스토킹 혐의까지 제기된 상태다.
전 씨는 해당 직원을 만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직원의 상급자인 지점장(여)에게 고소 취소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것이라 했다.
또한 피고인 전 씨는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경찰이 어떠한 증거와 정황을 토대로 조치했는지는 CCTV를 살펴보면 시간상 정황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스토킹 범죄 성립 여부 역시 단순히 “두 차례 방문했다”거나 “고소 취소를 부탁하러 갔다"라는 어느 한쪽의 설명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구체적인 행위, 상대방의 의사, 접근 경위와 반복성 등 여러 사정을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경찰이 여론의 귀추가 되고있는 성추행 스토킹 사건을 두고
범죄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 당한 일반 시민을 범죄자로 취급해 수갑을 채우는 일방적인 행위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
최종적인 형사책임은 증거를 토대로 법원이 판단할 문제지만
다만 전 씨는 경찰의 사전 고지 여부와 긴급응급조치서 전달 시점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분 역시 수사기록과 영상 자료, 관련 서류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서비스업의 기본은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매장 직원은 고객과 배달기사를 상대하는 서비스 업무 종사자이고, 배달기사 역시 매장과 고객을 연결하는 서비스 업무 종사자다.
서로의 역할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목적을 향한다.
배달기사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정확하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화내지 마세요”, “반말하지 마세요”라는 감정적인 대응과 폭언이 이어지는 순간, 서비스의 본질은 사라지고 개인 간 감정싸움만 남는다.
특히 고객 응대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곧바로 맞대응하기보다는 “주문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라고 상황을 정리했더라면 어땠을까.
배달기사 역시 불쾌함을 느꼈더라도 모욕적인 표현 대신 책임자 호출이나 플랫폼 고객센터를 통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 씨 측 설명에 따르면 그는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한 뒤 현재 배달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 70대다. 반면 상대방인 정 씨 역시 사회생활을 이어가야 할 20대 청년이다.
한 사람에게는 노년의 생계와 명예가 걸려 있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앞으로 이어질 사회생활과 자신의 권리가 걸려 있다.
형사책임은 법원이 판단한다.
모욕적인 발언이 있었다면 그 책임 역시 법에 따라 판단 받아야 하고, 다른 혐의들도 제출된 증거와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돼야 한다.
동시에 기업도 이번 사건과 같은 갈등을 예방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직원과 배달기사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관리자가 개입하는 제도, 고객의 주문을 분쟁과 분리해 처리하는 시스템,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가 발생했을 때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친절은 일방에게만 요구할 덕목이 아니다.
직원은 배달기사를 존중하고, 배달기사는 직원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양쪽 모두가 감정적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화 안 냈는데요.”
그 짧은 한마디에서 시작됐다는 양측의 갈등이 결국 경찰 수사와 형사재판까지 이어졌다.
오는 8월 27일 예정된 재판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지켜볼 일이다. 법원은 여론이나 감정이 아니라 증거와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판결 결과와 별개로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남는다.
배달 하나를 둘러싼 작은 의사소통의 실패가 왜 한 사람의 생계와 한 청년의 일상, 그리고 형사사법 절차까지 뒤흔드는 사건으로 커져야 했는가다
서비스의 첫 번째 원칙은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듣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기업의 고객응대 교육과 현장 갈등관리 시스템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필자는 이번 사건의 최종판결을 쌍방 간에 의사소통 문제로 보고 혐의 없음 기각될 것으로 본다
금주의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