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숙연한 마음으로 펜을 든다
작성일 : 2026.08.09 15:51 수정일 : 2026.08.09 18:3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오늘도 나에게 도착한 두 곳의 언론사 발행 월간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갓 인쇄되어 나온 잡지의 향기 속에서 내가 기고한 칼럼 페이지를 조심스레 넘겨본다.
활자화된 내 글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진다. 그것은 단순한 뿌듯함을 넘어 칼럼니스트로서 사회와 독자 앞에 지고 있는 무거운 책임감, 즉 ‘칼럼니스트의 다짐’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경종(警鐘)이기도 하다.
흔히 사람들은 글을 쓸 줄 알면 누구나 칼럼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칼럼니스트라는 이름표는 결코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칼럼은 단순히 개인의 일기나 감상을 늘어놓는 신변잡기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짚어내고, 사회적 현상의 본질을 파헤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제공해야 하는 지적·도덕적 파수꾼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칼럼니스트가 갖추어야 할 자격과 태도는 무엇인가?
첫째, 시대의 흐름을 읽는 순발력과 혜안(慧眼)이다. 시류(時流)를 파악하지 못하는 칼럼은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사회적·인문학적 맥락에서 풀어내는 민첩함이 기본 중의 기본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AI 대세 시대가 도래했든,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든, 그 현상의 표면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흐르는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둘째, ‘글을 잘 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정밀함이다. 칼럼에서의 ‘좋은 글’이란 화려한 미사여구로 꾸민 글이 아니다. 명확한 논리 구조 위에서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이다.
세이공청(洗耳恭聽, 귀를 씻고 겸손하게 들음)의 자세로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백기천(人百己千, 남이 백 번을 하면 나는 천 번을 노력한다)의 정신으로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한 자 한 자 단어를 고를 때마다 작두 위를 걷는 듯한 엄정함과 신중함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도 높은 글이 태어난다.
셋째, 균형 잡힌 시각과 도덕적 가치 확립이다. 칼럼니스트의 펜 끝은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되기도 한다. 편향된 시각에 사로잡혀 한쪽으로 치우친 글을 쓰거나, 대중의 도덕적 감수성을 저해하는 글을 남겨서는 안 된다.
사사로운 감정이나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상식과 정의,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중용(中庸)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글, 독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는 명칼럼을 쓸 수 있을까? 여기에는 칼럼니스트로서 평소 실천해야 할 몇 가지 노하우와 마음가짐이 있다.

첫째, ‘관찰’을 일상화하고 기록하라.
좋은 칼럼은 거창한 담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길가를 지나다 본 소소한 풍경,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주와의 따뜻한 대화, 혹은 낯선 이와의 짧은 만남 속에서도 시대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일상의 세심한 관찰을 메모로 남기고, 이를 사회적 화두와 연결 짓는 훈련이 칼럼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둘째, 적절한 비유와 인문학적 자산을 활용하라.
격조 높은 사자성어나 역사적 고사, 검증된 인문학적 지식은 글의 품격을 끌어올리고 논리를 강화하는 훌륭한 도구다. 자칫 어렵고 딱딱해질 수 있는 시사적 이슈도 적절한 비유와 스토리를 결합하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셋째, 독자의 눈높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라.
칼럼니스트는 지식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다. 전문 용어나 현학적인 표현으로 독자를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쉽고 진솔하게 풀어내야 한다.
독자가 글을 읽고 나서 "맞아, 나도 그렇게 느꼈어", 혹은 "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 글쟁이가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성가(聲價)다.
두 권의 월간지를 옆에 두고 다시금 다짐해 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삶을 활자로 증명하는 일이자,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나누는 묵직한 약속이다.
타성에 젖지 않고, 펜 끝이 무뎌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며 다듬을 것이다. 세상의 아픔에는 따뜻한 온기를 더하고, 사회의 부조리에는 단호한 통찰을 건네는 진짜 칼럼니스트로 남기 위해, 오늘도 나는 숙연한 마음으로 펜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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