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도 봉사다
작성일 : 2026.08.15 07:25 수정일 : 2026.08.15 09:4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사람을 일컬어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고 한다. 세상에 똑같은 생김새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없듯,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일에 임하는 태도 역시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어떤 이는 철저히 실리와 경제적 대가를 우선순위에 두고 움직이지만, 어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나 타인과의 따뜻한 연결감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다. 이러한 다채로운 인생의 범주 속에서 나를 정의하는 핵심 마인드를 하나 꼽으라면, 나는 단연 ‘취재도 봉사다’라는 단어를 들고 싶다.
그제에 이어 어제도 나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배낭에 챙겨 넣고 봉사 성격의 취재 현장으로 나섰다. 대가나 원고료가 약속된 취재가 아니었다. 또한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은 단 한 푼도 없었지만, 현장을 향하는 발걸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무겁고도 신중했다.
현장에 도착해 흐름을 스크랩하고,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과 숨결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진짜 분주함은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때부터 시작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아온 현장의 열기를 글(書)이라는 언어로 옮겨 담는 작업은 결코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기사의 주인공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떤 진정성 있는 표현을 동원해야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감동의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너무 힘들어서 요즘엔 주로 새벽에 작업한다).
분주함은 비단 기사 작성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진을 정리하여 전달하는 과정 또한 나에게는 기사 못지않게 중요한 공정이다. 행사 현장에 서면 나는 주로 카메라의 연속 촬영(연사) 기능을 선호한다.
셔터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1초 동안에도 다섯 장 이상의 순간들이 찰나처럼 지나간다. 취재 후 컴퓨터나 갤러리로 이동해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며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작업을 거친다.
초점이 잘 맞았는지, 주인공의 표정은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살아있는지 등을 선별하여 최고 품질의 사진만을 저장하고 나머지는 미련 없이 삭제한다. 그리고 그렇게 엄선한 사진을 카카오톡이나 이메일을 통해 해당 주인공과 관계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정성껏 송고한다.

사진 한 장을 받아 들고 기뻐할 주인공의 얼굴을 떠올리면, 피로감은 이내 씻은 듯 사라진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돈 한 푼 생기지 않는 취재를 이어가다 보면, 몸도 고되고 때로는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몰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남들은 제 밥벌이 챙기느라 바쁜 세상에, 왜 나는 스스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감이 찾아올 때도 왜 없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길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걸어가는 까닭은, 본디 내 성정이 남을 외면하지 못할 만큼 모질지 못하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미련스러울 정도의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취재도 봉사다’라는 확고하고 공고한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나는 오늘날 기자이자 작가로서도 굳건히 바로 서 있을 수 있었다는 느낌이다.
비록 남들처럼 화려한 재산을 모으거나 높은 명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주변 사람들과 독자들에게 신망(信望)을 잃지 않고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스스로를 보지 못한다면 눈을 감고 걷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삶의 지향점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한들 방황하는 삶에 불과할 것이다.
비록 나는 여전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빈궁한 프리랜서 기자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정성껏 취재하여 작성한 글과 사진에 깊은 만족과 감사를 표하는 인터뷰어가 있고, 그 글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얻는 독자들이 존재하는 한, 나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
나에게 있어 취재는 단순한 노동이나 수단이 아닌, 세상을 향해 건네는 가장 진실한 봉사이자 삶의 찬가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 분주하고 보람찬 작업을 기꺼이 즐길 것이다.
향후 부트캠프(Boot camp,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특정 기술이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강도 교육 프로그램 or 신병 훈련소와 규율이 엄격한 소년원)의 특강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의 이러한 실증적 경험과 노하우는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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