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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클까, 공공시설에서 일어나는 해프닝

청력은 낮아지고 목소리는 높아지고…세대가 서로 이해해야 할 노화의 풍경

작성일 : 2026.08.17 04:14 수정일 : 2026.08.17 09:18

작성자 : 계석일기자 ([email protected])

노인들의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클까

 

청력은 낮아지고 목소리는 높아지고…세대가 서로 이해해야 할 노화의 풍경

 

 

대중교통이나 도서관, 노인회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헬스장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 유난히 목소리가 큰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친구라도 만나면 손주 자랑부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까지 끝이 없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꺼내면 옆 사람은 맞장구를 치고, 흥이 오른 이야기꾼의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엉뚱한 질문이 튀어나온다.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이라고?”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이야기다. 그러면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야?”라며 핀잔을 준다. 주변 사람들은 깊은 산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은 사슴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바라본다.

 

또 다른 사람이 전혀 엉뚱한 말을 꺼내면 주변은 금세 웃음바다가 된다.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젊은이들에게는 웃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조금 조용히 해주세요”라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아예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헬스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운동기구 몇 개를 사이에 두고 큰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는 어르신들 때문에 다른 이용자들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왜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일까.

 

단순히 예절이 부족해서라고만 볼 일은 아니다.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노화에 따른 청력 저하다. 나이가 들면 달팽이관과 청각신경 기능이 떨어지면서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고주파 영역의 청력이 먼저 떨어지면 ‘ㅅ·ㅈ·ㅊ·ㅌ’처럼 비교적 높은 주파수 성분이 많은 자음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으니 자신도 모르게 “뭐라고?” 하고 되묻는다. TV 소리를 전보다 크게 틀고, 전화 통화 때도 목소리가 커진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니 자신의 목소리 역시 작다고 느껴 더 크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의 큰 목소리를 무조건 ‘민폐’나 ‘고집’으로 치부하기 전에 혹시 청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력 저하는 대화 감소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힘들어지면 모임을 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외로움과 우울감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여러 연구에서도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고 노화가 공공장소에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노인 스스로도 자신의 신체 기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중교통이나 도서관, 헬스장,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장소에서는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젊은 세대 역시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드느냐”고 화부터 내기보다는 그 행동 뒤에 노화와 청력 저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젊은이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고(生), 늙고(老), 병들고(病), 죽는(死) 과정을 거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生老病死)다.

 

노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작은 글씨가 흐릿해지고, 가까운 사람의 말이 한 번에 들리지 않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힘들어지는 작은 변화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찾아온다.

 

어르신들의 커진 목소리도 어쩌면 세월이 몸에 남겨놓은 흔적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세대 간 이해는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젊은이는 노화를 이해하고, 노인은 공공예절을 배려해야 한다.

 

“조금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젊은이의 말에 노인은 기분 나빠하기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한 번 돌아보고, 젊은이는 목소리가 큰 노인을 무조건 무례한 사람으로 단정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노인들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지고, 젊은 세대의 이해가 조금 더 커진다면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도 그만큼 편안해질 것이다.

 

목소리는 낮추고, 이해의 폭은 높이는 것, 고령사회 복지국가 대한민국이 만들어가야 할 세대 공존의 작은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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