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곳간에서 드러난 재정의 경고음. 빚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청구서다
작성일 : 2026.08.22 11:11 수정일 : 2026.08.22 15:43
작성자 : 계석일 기자 ([email protected])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남긴 빚의 본질…대통령이 무서워진다.
경기도 곳간에서 드러난 재정의 경고음
빚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청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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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표현한 이미지 |
오늘의 선심이 내일의 세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라 살림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빚을 빚으로 생각하지 않는 정치다.
정부가 빚을 내 돈을 쓰면 당장은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 임기를 마쳤다고 해서 그 빚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누군가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최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 상황을 놓고 “마음이 무겁고 캄캄하다”, “큰일 났다”는 취지로 우려를 나타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새 지사가 곳간을 열었는데 쓸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먼저 보인다면, 그것은 단순한 회계상의 문제가 아니다. 전임 행정이 후임 행정에 어떤 재정적 책임을 남겼는지를 따져봐야 할 문제다.
“걱정 붙들어 매라”던 말은 어디로 갔나
경기도 재정 문제를 살펴볼 때 이재명 전 경기지사 시절의 재정 운용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당시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 등 대규모 현금성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에는 경제가 얼어붙은 비상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했다는 주장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돈으로 썼으며, 그 부담을 누가 지게 됐느냐는 것이다.
당시 지역개발기금과 재정안정화기금 등을 활용한 재정 운용을 놓고도 논란이 있었다. 빌려 쓴 돈에는 결국 상환 시점이 돌아온다.
당시 정책을 추진한 쪽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통해 소비와 세수가 증가하면 재정 투입 효과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재정의 승수효과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은 언제나 같지 않았다.
세입이 예상만큼 늘지 않고 고정 지출이 계속 증가하면 결국 부족한 돈을 다른 곳에서 가져오거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때부터 과거의 지출은 현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빚의 본질은 ‘미래의 세금’이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부채를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빌린 돈은 공짜가 아니다.
오늘 정치인이 쓰고 박수받은 돈을 내일의 국민이 세금으로 갚을 수 있다. 그래서 재정적자는 때로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청구서라고 불린다.
물론 국가채무 자체를 악으로 볼 수는 없다.
경제위기와 재난,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과 미래 산업, 교육처럼 장기간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분야라면 부채를 활용할 이유도 있다.
하지만 표를 얻기 위한 단기 현금성 지출과 미래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는 구별해야 한다.
정치적 인기를 위해 오늘 돈을 쓰고 상환 부담을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 떠넘긴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재정이라고 하기 어렵다. 경기도의 경험이 대한민국에서 반복돼선 안 된다
필자가 더 걱정하는 이유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사용했던 재정 운용 철학이 국가 재정에서도 반복된다면 그 규모와 파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는 중앙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하거나 조정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가채무는 누가 대신 갚아주는가.
결국 국민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저출생·고령화라는 거대한 재정 폭탄을 안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연금·의료·복지 지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세대가 국가채무까지 크게 늘려 놓는다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가 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된다.
반도체 호황과 세수 증가도 영원할 수 없다.
경제에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세금이 많이 걷힌다고 씀씀이부터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려울 때를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가정도 수입이 일시적으로 늘었다고 매년 고정지출부터 늘리지는 않는다.
나라 살림은 더욱 그래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 국가의 미래는 수십 년이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유혹은 내 임기 동안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국가 지도자는 자신의 임기 5년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의 재정까지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떠난 뒤에도 국민은 살아가고, 청년들은 가정을 꾸려야 하며, 아이들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국가채무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 간 책임과 도덕의 문제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혜택의 비용을 아직 투표권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넘기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
추미애 경기지사가 전임 행정의 재정 상황을 넘겨받으며 앞날이 “캄캄하다”고 느꼈다면, 그 장면은 중앙정부에도 하나의 경고가 돼야 한다.
몇 년 뒤 이재명 정부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곳간을 넘겨받는 대통령이 똑같이 말해서는 안 된다.
“곳간을 열어 보니 앞날이 캄캄했다.”
그 말을 듣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대통령보다 더 필요한 사람은 국민의 미래까지 지켜주는 대통령이다.
빚으로 오늘의 박수를 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끝나지만, 국가의 빚은 남는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책상 위에 도착한다.
그 사람이 우리의 자녀와 손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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