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국수에 빠지면 안 되는 것
작성일 : 2026.08.25 12:45 수정일 : 2026.08.25 15:52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오늘 점심, 아내가 정성껏 비벼 올려준 비빔국수 한 그릇을 마주했다.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쫄깃하게 삶아진 소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한 한 끼처럼 보였다.
하지만 젓가락을 들기 전, 마음 한구석에 묘한 허전함이 밀려왔다. 완성된 비빔국수에는 분명 뭔가가 빠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비빔국수의 화룡점정이자 맛의 균형을 완성해 주는 존재, ‘계란프라이’였다.
약간의 투정 섞인 요청 끝에, 아내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계란프라이를 얹어 다시 식탁 위에 내어주었다. 매콤한 양념 국수 위로 고소하고 따스한 노른자가 톡 터지며 부드럽게 면발을 감싸 안는 그 맛. 역시 압권이었다.
단순히 영양을 더하는 것을 넘어, 계란프라이 하나가 올라감으로써 비비국수는 비로소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이 소소한 점심 식탁의 풍경은 문득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비빔국수와 계란프라이처럼, 서로 짝을 맞춰야만 제격과 기품을 갖추는 대상은 얼마나 많을까?
하나만으로는 아쉽고 불완전하지만, 마지막 한 조각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거대한 시너지를 내며 완전해지는 관계들. 그 장르와 영역은 정치, 사회, 문화 등 우리 삶의 모든 구석에 스며있다.
△ 문화와 예술, 대중의 호응이 만든 완결성
문화와 예술의 영역을 둘러보면 ‘짝을 맞추는 일’의 중요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아무리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라 해도, 관객의 뜨거운 호응과 환호가 빠진 무대는 허전하다.
무대 위의 열정과 객석의 감동이 상호작용하며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그 공연은 잊지 못할 명장면이 된다. 영화나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화면 속 세련된 연출과 배우의 열연이 ‘계란프라이 밑의 소면’이라면,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음악(OST)은 그 위에 올라가는 ‘계란프라이’다. 음악이 없는 영화는 감정의 기복을 완벽히 전달하지 못하고 2% 아쉬운 완성도에 머물고 만다.
스포츠에서도 이는 변함없는 진리다. 아무리 화려한 기량을 가진 골잡이(스트라이커)가 있어도, 그에게 적재적소의 송곳 같은 패스를 찔러주는 미드필더가 없다면 득점이라는 완성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
손흥민 선수의 날카로운 침투 뒤에 그를 뒷받침하는 차분한 조력자가 있을 때 비로소 골망이 흔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 사회와 공동체, 배려와 책임이라는 쌍두마차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라는 틀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가치들이 짝을 이룰 때 건강한 공동체가 유지된다. 오늘날 강조되는 ‘자유’는 참으로 소중한 가치지만, 책임이 결여된 자유는 방종과 혼란을 낳을 뿐이다.
권리와 의무, 효율과 배려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만을 향해 달리는 사회는 자칫 소외된 이들을 보듬지 못하고 냉정한 경쟁에 빠지기 쉽다.
반대로 따뜻한 복지와 상생이라는 ‘계란프라이’가 사회적 차가움을 감싸줄 때, 비로소 구성원 모두가 온기를 느끼는 품격 있는 사회가 완성된다. 법과 제도가 단단한 틀을 잡아준다면, 그 속을 채우는 시민의 도덕성과 공감 능력이야말로 사회를 더욱 부드럽게 이어주는 꼭 필요한 양념이자 마침표다.
△ 정치, 견제와 균형이 만드는 여야의 조화
정치 영역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짝을 맞추는 지혜는 더욱 간절해진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는 언뜻 보면 늘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권력의 독주를 막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한쪽의 일방적인 주도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짝이 필수적이다. 여당의 국정 추진력에 야당의 합리적인 비판과 견제가 얹어질 때, 정책은 비로소 사각지대를 줄이고 정교해진다.
서로를 배척해야 할 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존재로 인정할 때 정치는 비로소 국민의 삶을 돌보는 본연의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비빔국수의 매콤함과 계란프라이의 고소함이 만나 극상의 풍미를 내듯, 정치 역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통합이라는 결실을 맺는다.
△ 나의 삶을 완성할 계란프라이를 찾아서
식탁 위 비빔국수 한 그릇에서 시작된 생각은 결국 우리 개인의 삶으로 돌아온다. 나 혼자만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나와 마음을 나누는 가족,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곁을 지켜주는 친구,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동료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딘가 퍽퍽하고 허전할 수밖에 없다. 나의 일상에 따스한 노른자처럼 온기를 더해주는 타인과의 관계야말로 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화룡점정이다.
짝을 이루어 비로소 완전해지는 그 가치들을 소중히 여길 때, 우리의 정치도, 사회도, 그리고 소소한 한 끼의 일상도 더욱 깊은 맛과 멋을 품게 될 것이다.
지친 일상 속, 오늘 먹은 비빔국수 위의 노릇한 계란프라이처럼 내 삶과 주변을 제격으로 만들어주는 ‘마지막 한 조각’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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