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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열정이 지나간 시간, 비로소 깨닫는 삶의 진실

고무열의 인문 칼럼

작성일 : 2026.08.26 02:37 수정일 : 2026.09.18 01:58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젊음과 열정이 지나간 시간, 비로소 깨닫는 삶의 진실

 

Ⅰ. 젊음과 열정, 삶이라는 항해

 

젊은 날의 우리는 열정과 패기라는 화려한 옷을 입고 세상을 항해한다.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집념,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조바심,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심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뜨겁게 불타올랐다.

 

젊은 시절의 피 끓는 열정과 거침없는 패기는 분명 빛나는 삶이라는 거대한 궤적을 이루는 소중한 편린들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삶이 뜨거울수록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을 때 우리는 정작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지 못했다.

 

Ⅱ. 비워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시간이 흘러 삶의 뒤안길을 잠시 돌아보게 되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인생에서 무엇을 더 얻어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 우리는 인맥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술잔과 찻잔을 기울였다. 그때는 그것이 성공의 자산이고 삶의 통로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돌아보면 그중 상당수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한 관계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어쭙잖은 흔적이었다.

 

Ⅲ. 장자가 일깨운 본래의 나

 

장자는 일찍이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삶을 역설했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가 보여주는 자유도 결국 남이 정해놓은 잣대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본성을 따라가는 데 있다.

 

사람은 남의 눈으로 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기 삶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더 인정받으려 하고,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려 할수록 정작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늙어가는 일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덜어내고 내려놓으며 본래의 나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Ⅳ. 장자가 말한 자유, 인생의 후반전

 

장자의 사상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무위(無爲)'의 정신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억지로 세상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자연의 흐름과 자신의 본성에 맞게 살아가라는 뜻이다.

 

젊을 때는 세상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깨닫는다. 세상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자식도, 친구도, 세상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주지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Ⅴ. 쓸모없음에서 발견하는 삶의 쓸모

 

장자가 말한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지혜도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큰 쓸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성과와 효율을 좇는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전에서는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산책 한 번, 말없이 바라보는 하늘 한 조각, 정다운 사람과 나누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오히려 삶의 본질이 된다. 젊을 때는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Ⅵ.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세월이 흐르면 결국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아왔던가?" 단순히 이름 석 자가 내가 아니다.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산 것인가? 내가 원하는 삶을 산 것인가?

 

젊음의 소란한 삶 속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질문들이 어느 순간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인생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Ⅶ. 세상의 평가에서 벗어나는 자유

 

명함도, 지위도, 재산도, 명성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 결국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하는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가 아니라, 내 마음이 얼마나 자유로웠는가 하는 문제다. 장자가 말한 자유는 세상을 떠나는 자유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세상의 평가에 붙잡히지 않는 자유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느리게 살아도 좋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굳이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떠날 사람은 떠나게 두고, 남을 사람은 남게 두면 된다.

 

Ⅷ. 이제부터 진짜 나의 시간

 

젊은 날의 열정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전은 지혜가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 열정이 '더 많이'를 향했다면, 지혜는 '나는 정녕 무엇이 진실이고 필요한가'를 묻는다.

 

이제 남아 있는 시간만큼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보다 내 삶과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타인으로 가득 채웠던 공간을 이제는 성찰과 고요함, 작은 기쁨과 감사로 채워야 한다.

 

Ⅸ. 비워낸 자리에서 피어나는 진실한 삶

 

장자의 삶은 우리에게 말한다. 억지로 붙잡지 말고, 흐름을 받아들이며, 본래의 나를 잃지 말라고. 인생은 어쩌면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비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젊을 때는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중년에는 더 많이 붙잡으려 애쓰며, 마침내 인생의 후반에 이르러서는 모든 것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어찌 보면 이것들이 인생이라 착각을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워진 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진짜 나 자신이다. 세월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빈자리를 통해 가장 귀한 것을 선물하기도 한다.

 

젊음이 지나간 자리에서 지혜가 피어나고, 욕망이 잠잠해진 자리에서 자유가 피어나며, 비워낸 자리에서 비로소 삶의 진실이 피어난다. 그러니 이제부터의 삶은 늦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남의 인생이 아닌 나의 인생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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