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세종으로, 여의도는 청년과 시민에게…공원을 허물기 전에 도심의 저활용 공간부터 살펴야
작성일 : 2026.08.26 22:07 수정일 : 2026.08.27 07:37
작성자 : 계석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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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석일 더뉴스라인 발행인 |
용산공원 말고 국회의사당 부지에 청년주택을 짓자
국회는 세종으로, 여의도는 청년과 시민에게…공원을 허물기 전에 도심의 저활용 공간부터 살펴야

서울의 집값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서울의 아파트는 이제 ‘내 집 마련’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울 만큼 높은 벽이 됐다.
그렇다고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의 소중한 공원을 훼손하는 것이 과연 옳은 해법일까.
필자는 오히려 묻고 싶다.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지을 생각을 하기 전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 안 되는가.
청년주택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원부터 허물어서는 안 된다
주택 공급 확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공급하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공급이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미래 세대의 도시환경까지 훼손하면서 집을 지어서는 안 된다.
공원은 놀고 있는 빈 땅이 아니다.
도시의 열기를 낮추고 바람길과 녹지를 확보하며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 수십 년 뒤에는 그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서울처럼 고밀도로 개발된 거대 도시에서 대규모 녹지는 돈으로 쉽게 환산할 수 없는 공공자산이다.
주택정책의 실패를 공원 훼손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은 미래 세대의 자산을 현재의 정치가 당겨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왜 국회의사당 부지는 성역인가
여기서 필자는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고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주변 부지를 청년주택과 복합도시 공간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검토하자는 것이다.
세종에는 이미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행정부 상당 부분이 세종에 있는 상황에서 국회 기능까지 세종으로 집적한다면 국회와 정부 부처 사이의 이동에 들어가는 시간과 행정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국회의 완전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과거 결정과 수도에 관한 헌법적 문제, 국회법을 비롯한 여러 법률적 쟁점이 얽혀 있다.
그러므로 단순한 정치적 구호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공원을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문제까지 논의한다면, 국회의사당 부지 활용 역시 성역으로 남겨둘 이유는 없다.
동여의도와 서여의도, 너무 다른 두 얼굴
현재 여의도는 동쪽과 서쪽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동여의도에는 금융회사와 고층 업무시설이 밀집해 있다.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서울의 맨해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반면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서여의도는 상대적으로 저층 건축물이 많고 개발에도 여러 제약을 받아왔다.
그동안 국회의사당의 경관과 상징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국회의 중심 기능이 세종으로 이동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회가 떠난 자리에 또 다른 관공서를 채울 것인지, 아니면 시민에게 돌려줄 것인지 국가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필자는 후자를 주장한다.
여의도에 ‘청년 주거도시’를 만들자
국회의사당 부지를 단순히 민간에 매각해 고가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것은 필자가 말하는 개발 방향이 아니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업무시설, 창업공간, 어린이집, 학교, 문화시설, 공원과 상업시설이 어우러진 직주근접형 청년 복합도시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금융과 일자리가 집중된 동여의도와 주거·문화 기능을 갖춘 서여의도를 연결한다면 여의도 전체의 도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다만 몇 세대를 공급할 수 있는지는 용적률과 높이 제한, 교통·학교·공원 확보 비율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1만5000가구’와 같은 숫자를 정치적 구호처럼 먼저 정하기보다는 도시계획과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산출해야 한다.
청년을 위한다며 청년의 공원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도시의 공원은 오늘 세대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 세대가 잠시 사용한 뒤 자녀와 손주 세대에게 넘겨줘야 할 자산이다.
주택 공급이 어렵다고 해서 가장 손쉬운 공공 녹지를 찾아 아파트를 짓는다면 다음 정부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한번 훼손된 대규모 녹지를 다시 복원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재건축·재개발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기존 도심의 저활용 토지와 유휴 공공부지를 적극 발굴하는 것이다.
동시에 수도권으로 인구와 일자리가 끝없이 몰리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
세종을 비롯한 지방 도시가 좋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 의료 인프라를 갖추도록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근본적인 주택정책이 될 수 있다.
국회가 먼저 자리를 내놓아 보라
정치권은 국민에게 늘 희생을 요구한다.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규제를 만들고 세금을 바꾸고 때로는 시민이 누리던 공간까지 개발 대상으로 거론한다.
그렇다면 정치권도 질문을 받아야 한다.
“국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는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세종의사당이 완성되고 국회의 실질적 이전 여건이 마련된다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국민 위에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회의사당도 영원불변의 성역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행정수도가 변화한다면 국가 공간의 쓰임도 달라져야 한다.
용산공원의 나무를 베기 전에 국회 담장부터 바라보자.
서울의 허파를 아파트로 바꾸기 전에 정치가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줄 방법부터 고민하자.
국회는 세종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는 청년과 시민을 위한 새로운 도시로.
공원을 없애 집을 짓는 것보다 기존 도시 공간의 쓰임을 혁신하는 것이 훨씬 미래지향적인 선택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당장 몇 채의 집을 더 짓겠다는 정치적 구호만이 아니다.
집도 물려주고, 공원도 물려주고, 살기 좋은 도시도 함께 물려주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주택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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