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 김상호
지난주,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실질적 반려다. 이로써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이 정면 충돌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의 대법관 후보 제청을 반려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사퇴한 뒤 후보추천위를 다시 꾸린 사례는 있으나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아 재제청으로 이어진 전례는 없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청권과 임명권의 갈등은 이전 정부에서도 종종 있었지만, 사법부의 대법관 임명 제청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이승만 정부 이후 처음이다.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오직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고유권한"이다."제청 방식이 대면이든 서면이든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특정 방식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손 후보자를 서면 제청한 것이 기관 간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는 헌법 취지를 어겨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과연 사법부의 권한을 존중했는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선택적 반려는 사법부가 대통령 아래에 있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 그로 인해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헌법 원칙이 훼손되는 결과는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하는 형식적 권한에 지나지 않는다"며 "제청 형식을 빌미로 임명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하고 대법원장을 겁박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위헌적 처사"라고 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충돌한 초유의 사태는 사법부 공백과 헌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인 김성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은 국회에 제출됐지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공백은 반년을 넘기게 됐다. 국민의힘은 재제청 요구에 대해 “헌법에 없는 권한”이라며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예고했다. 야당은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는 거부하는 ‘대법관 쇼핑’”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85%(22명)를 임기 중에 임명하는 이 대통령이 위헌성 시비를 자초하고 있다. 청와대와 대법원의 충돌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국민은 참담할 따름이다.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선출직 우선운운 하며,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가 내 마음에 안 들면 끝까지 재제청 요구를 하겠다’고 버티는 형국이다.“국회가 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 제청을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이면 몰라도, 대법원의 제청안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헌법상 대법관 임명 조항이 정한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지금부터라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국민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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