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조원 ‘슈퍼 예산’에서 이 정부 끝나는 2030년 1005조원까지 확장재정의 청구서는 결국 미래세대가 받는다
작성일 : 2026.09.02 09:59 수정일 : 2026.09.02 10:13
작성자 : 계석일 기자 ([email protected])
인기 위주의 재정쓰임, 미래세대가 벌써 나라 살림을 걱정해서야
820조원 ‘슈퍼 예산’에서 이 정부 끝나는 2030년 1005조원까지
확장재정의 청구서는 결국 미래세대가 받는다

자식은 부모를 믿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자식이 부모의 씀씀이부터 걱정하기 시작한다면 그 가정의 살림살이를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
나라 살림도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가 지금 정부의 재정을 바라보며 “나중에 우리가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면 정부는 그 목소리를 가볍게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놓은 2027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무려 93조원, 12.8% 증가한 규모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총지출은 2028년 894조6000억원, 2029년 957조4000억원을 거쳐 2030년에는 1005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26~2030년 연평균 증가율만 8.4%다.
정부는 이를 ‘성장주도형 재정’이라고 설명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된 세수 여력을 AI와 미래 산업, 청년, 지방 등에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가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래 산업과 연구개발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규모다.
2027년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올해보다 24조6000억원 증가한 289조원, 교육은 10조8000억원 늘어난 110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반면 연구개발(R&D)은 4조원 증가한 39조5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는 9조4000억원 증가한 41조2000억원, SOC는 1조2000억원 늘어난 28조9000억원이다.
물론 복지와 교육도 국가의 중요한 투자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것 역시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재정지출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세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크게 움직이지만 복지 지출은 한번 만들어지면 계속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반도체 경기가 좋다고 앞으로도 계속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현금성·의무성 지출은 한번 확대
하면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쉽게 줄이기 어렵다.
중국의 반도체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세계 경제 역시 언제든 침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영구적인 수입처럼 생각해 지출 구조부터 확대해 놓는다면 불황이 닥쳤을 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세금을 더 걷거나 빚을 더 내는 것밖에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국가채무다.
2027년 국가채무는 약 1519조8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1413조8000억원에서 불과 1년 만에 약 106조원이 증가하는 셈이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재정지출 규모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지 않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국가마다 경제구조와 복지제도, 자원, 인구구조가 다르다.
대한민국은 지하자원이 전무하다 결국 사람이 가진 기술과 기업 경쟁력,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연금·의료·돌봄 등 고령화 관련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국가 채무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재정은 곳간에 곡식이 많이 들어왔다고 한꺼번에 잔치를 벌이는 일이 아니다.
풍년이 들었을 때 흉년을 준비하는 것이 나라 살림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늘었다면 그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투자하고, 일부는 예상하지 못한 경제위기에 대비한 재정 여력으로 남겨놓아야 한다.
정부 역시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AI와 첨단산업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실제로 생산성을 높이는 곳에 쓰이는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복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지속할 수 없는 복지는 고찰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오늘 100만원을 주기 위해 미래세대에게 150만원의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이라면 국민을 위한 정치라 할 수 없다.
국가채무는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다.
이재명 정부의 임기는 5년이지만 국가는 50년, 100년 계속된다.
정권은 떠나도 빚은 남는다.
그래서 국가 지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은 ‘내 임기 동안만 좋으면 된다’는 정치다.
이미 추미애 경기지사가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향해 우회적으로 표현했던 말을 상기하게 된다.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를 바라보며 “우리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그 질문에 정부는 숫자로 답해야 한다.
1000조원 시대를 자랑하기보다 그 돈으로 대한민국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정부의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정부는 국민에게 많은 돈을 쓰는 정부가 아니라 미래세대들 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남기지 않는 정부다.
곳간이 찼을 때 흥청망청하지 않는 것, 그것이 국가재정의 기본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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