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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 칼럼니스트의 자존감

내 별명이 ‘홍키호테’인 까닭

작성일 : 2026.09.05 17:27 수정일 : 2026.09.05 18:0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오늘 『월간 청풍』 9월호를 받아 들었다. 책장을 넘기다 내가 쓴 칼럼이 실린 지면을 마주하니 새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원고를 쓰고, 다듬고, 보내고, 또 다음 글을 준비하는 일이 어느덧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이 잡지에 글을 쓰면서 단 한 번도 고료를 받은 적이 없다. 원고료는커녕 그 어떤 명목의 보수도 없다. 말 그대로 ‘무보수 칼럼니스트’다. 그렇다면 나는 왜 계속 글을 쓰는 것일까.

 

『월간 청풍』은 1990년에 창간된 잡지다. 올해로 36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니 결코 가벼운 매거진이 아니다. 그 오랜 세월의 한 귀퉁이에 내 이름과 글이 함께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호에도 ‘홍경석 COLUMN’이라는 표제가 붙은 지면에 내 글이 실렸다. 제목은 「빵으로 빵빵해지는 방법」.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이 활자로 정리되어 한 권의 잡지 속에 자리 잡는 순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은 축복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든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문장을 만들고, 몇 번씩 고쳐 읽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한다. 때로는 한 문장을 붙잡고 한참을 고민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글이 통장으로 연결(금전)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대가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게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다(그래서 내 별명이 ‘홍키호테’이긴 하겠지만).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잠시라도 생각에 잠겼다면, 누군가에게 작은 웃음이나 위로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글쓰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내 삶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무보수’라는 말만 놓고 보면 어쩐지 초라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을 받지 않고도 10년 가까이 한 가지 일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그 일을 좋아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보수가 없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보수가 없어도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글쟁이에게 가장 솔직한 자존감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보물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돈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가족일 것이다. 나에게는 아마 ‘쓰는 일’이 그런 보물에 해당할 것이다.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는 순간 작은 인연 하나가 또 생긴다.

 

이번 호에 실린 한 편의 칼럼을 바라보며 새삼 깨닫는다. 나는 돈을 받지 않는 당당하고 정당한 칼럼니스트지만 결코 빈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글을 쓰는 동안 얻는 기쁨과 보람, 그리고 내 생각이 활자로 남는다는 뿌듯함을 이미 충분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호를 위해서도 나는 또 원고를 쓸 것이다. 원고료가 있어서가 아니라 쓰고 싶어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움직여서 쓰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영락없는 글쟁이라는 사실을. 그렇지만 그 사실이, 생각보다 꽤 자랑스럽다. 이런 걸 보면 나는 타고난 글쟁이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