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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상호 견제 붕괴, 의회 독주와 권력 집중이 문제 - 개헌과 권력구조 개혁이 답이다.

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9.05 18:04 수정일 : 2026.09.06 04:21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권력 상호 견제 붕괴, 의회 독주와 권력 집중이 문제

- 개헌과 권력구조 개혁이 답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또다시 중대한 시험대에 섰다. 문제는 정권의 교체가 아니라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다. 거대 야당의 의회 독주가 논란이 된 데 이어, 대통령과 국회 다수 의석이 동일한 정치세력에 집중되면 또 다른 권력 편중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확보한 다수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물론 지금의 시점에는 부정선거의 결말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그 문제는 차치하고 대통령과 국회 모두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당한 권력이 견제받지 않을 때 독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자의 선의를 믿는 제도가 아니라, 누구든 권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권력을 나누고 제한하는 제도다.

 

I. 대통령제의 딜레마, 이중 정통성과 권력 집중

 

대통령과 국회는 각각 국민의 선거를 통해 별도의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가 다르면 국정 교착이 발생하고, 같으면 입법·행정의 정치적 견제가 약화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대통령이 강하냐, 국회가 강하냐가 아니다.

 

어느 한쪽도 견제받지 않는 구조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여소야대의 위험이 교착이라면 여대야소의 위험은 권력 집중이다. 어느 쪽이든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II. 다수결의 한계, 견제권에도 책임이 따른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지만 전부는 아니다. 법치주의, 소수의 권리, 적법한 절차와 권력분립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특검과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정당한 견제 수단이다. 그러나 그 권한이 정치적 압박이나 정쟁의 수단으로 반복 사용된다면 제도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다.

 

견제권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행사하자는 것이다. 특히 탄핵은 일반적인 정치적 책임을 묻는 수단이 아니라 헌법·법률 위반에 대한 특별한 헌법적 장치라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III. 국회도 견제받아야 한다, 단원제의 한계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지만 동시에 막강한 입법권과 예산권을 가진 권력기관이다. 따라서 국회 역시 내부에서 견제되어야 한다. 거대 정당의 의석수가 곧 무제한의 입법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법안 숙려기간과 영향 평가, 전문가 검토, 소수당의 수정안 심사권 등을 강화해 다수의 속도보다 입법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단원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양원제도 검토할 수 있다.

 

상원에 지역 대표성과 재심사·숙의 기능을 부여한다면 단일 의회에 집중된 입법권을 한 차례 더 걸러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다만 양원제 역시 권한과 대표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IV. 선거제도 개혁, 독점보다 경쟁을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구조는 권력 집중과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는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의석에 더 정확히 반영하고 특정 정당의 의회 독점을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제도 하나만으로 다당제가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제와 지역주의, 정당 구조 등도 함께 손봐야 한다. 목표는 정당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이 정치권력에 더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V. 대통령제 개편, 결선투표와 4년 중임제

 

대통령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제를 통해 당선자의 국민적 지지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5년 단임제 역시 4년 중임제로 전환해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결과에 대해 한 번 더 국민의 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다만 임기제도 개편은 대통령 임기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 임기와 선거 주기, 권력기관의 독립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핵심은 권력의 임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평가와 책임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VI. 사법부 독립, 마지막 헌법적 방파제

 

입법부와 행정부의 견제가 약해질수록 사법부와 헌법재판 제도의 독립은 더욱 중요해진다. 법원은 여당의 기관도 야당의 기관도 아니다. 정치권은 판결을 비판할 수 있지만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사법부의 독립이 비판으로부터의 면책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되 국민에게 책임지는 사법부가 원칙이다. 법관 인사와 사법행정, 대법관·헌법재판관 구성 등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적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VII. 정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제도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칙도 바뀌었다는 데 있다. 야당일 때는 다수결의 횡포를 비판하다가 집권하면 다수결을 앞세우고, 권력기관의 독립을 주장하다가 권력을 잡으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중적 태도가 반복됐다.

 

헌법적 원칙은 내 편일 때와 상대편일 때가 같아야 한다. 오늘의 여당은 내일의 야당이 되고, 오늘의 야당은 내일의 여당이 된다. 따라서 제도는 현재의 승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패자까지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VIII. 결론, 강한 권력이 아니라 강한 제도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어느 진영의 강한 권력이 아니다. 누가 집권해도 독주할 수 없는 강한 제도다.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견제하고, 국회 안에서도 다수와 소수가 견제하며,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국민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다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결선투표제와 4년 중임제, 비례성 강화, 국회 입법 숙의 제도, 양원제 도입, 탄핵의 책임 있는 운용, 사법부 독립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개혁의 기준은 하나여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가 스스로 권력을 제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사람에게 권력을 맡기는 제도가 아니다. 누구든 권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권력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래서 가장 위험한 말은 “우리 편이니까 괜찮다”라는 말이다.

 

오늘 허용한 권력은 내일 상대방의 손에 들어간다. 정권은 바뀌어도 헌법은 남아야 한다. 여당은 바뀌어도 권력분립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상대의 권력을 제한하는 데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권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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